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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슬기 Sep 03. 2018

3개월 전 사진을 인화했다

사진 속 낯선 나의 모습


3개월 전 사진을 인화했다.


처음으로 산 일회용 필름 카메라였다.

전주로 여행 가서 찍은 사진들을 이제야 인화했다.


묘하게 쨍하면서도 탁한 사진이 맘에 들었다.

필름 사진만의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무한히 디지털로 뻗어가는 세상 속에서 그만큼 아날로그를 찾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낯선 나의 모습


그런데 어색했다.

사진 속에 내가 낯설었다.

3개월이 아니라 3년은 지난 거 같았다.


사진 속의 나는 긴 머리였고, 지금은 단발이다.

사진 속의 나는 직장을 다니고 있었고, 지금은 지원서를 쓰고 면접을 보고 또 지원서를 쓰고 있다.

사진 속의 나는 전주에 있고, 지금은 광명에 있다.


같이 여행한 친구에게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주니 이런 말을 했다.


"나에게 저런 웃음이 있었다니 너무나 먼 이야기 같아."


친구에게는 3개월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괜히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긴 이야기를 뒤로 하고 카톡을 마무리했다.





구직을 하는 이에게는 가끔씩 아무 이유 없이 기운이 빠질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는데, 3개월 전의 나를 보니 더욱 묘한 감정이 든다.



3개월 후에 나는 어떤 모습일까?

필름 사진을 보며 쓸데없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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