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낯선 나의 모습
3개월 전 사진을 인화했다.
처음으로 산 일회용 필름 카메라였다.
전주로 여행 가서 찍은 사진들을 이제야 인화했다.
묘하게 쨍하면서도 탁한 사진이 맘에 들었다.
필름 사진만의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무한히 디지털로 뻗어가는 세상 속에서 그만큼 아날로그를 찾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낯선 나의 모습
그런데 어색했다.
사진 속에 내가 낯설었다.
3개월이 아니라 3년은 지난 거 같았다.
사진 속의 나는 긴 머리였고, 지금은 단발이다.
사진 속의 나는 직장을 다니고 있었고, 지금은 지원서를 쓰고 면접을 보고 또 지원서를 쓰고 있다.
사진 속의 나는 전주에 있고, 지금은 광명에 있다.
같이 여행한 친구에게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주니 이런 말을 했다.
"나에게 저런 웃음이 있었다니 너무나 먼 이야기 같아."
친구에게는 3개월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괜히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긴 이야기를 뒤로 하고 카톡을 마무리했다.
구직을 하는 이에게는 가끔씩 아무 이유 없이 기운이 빠질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는데, 3개월 전의 나를 보니 더욱 묘한 감정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