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서서히 이뤄진다
어느새 달라진 식물
나는 싱고니움, 월동자, 스파티필름을 키우고 있다. 매일 아침 식물에 물을 주고, 수시로 분무기도 뿌려서 습도를 조절하는 일이 꽤 자연스러워졌다. 특히 분무기로 물을 주는 것이 재밌다. 분무기에서 물이 나오는 소리, 물이 퍼져가는 모습, 잎에 방울방울 맺히는 물을 바라보는 게 좋다. 이렇게 틈만 나면 물을 주고, 식물을 관찰하는데도 식물을 나도 모르게 휙휙 달라진다.
싱고니움은 밝은 햇빛을 좋아해서 인지, 여름에 성장기인가 보다. 줄기가 쭉쭉 뻗어나가고, 잎이 커진다. 과장을 조금 보태서 잎이 조금 있으면 내 손바닥만 하게 커질 거 같다. 내가 처음 제대로 키운 식물이라 잎도 누렇게 변해서 많이 작아졌었는데.. 이제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내 공간에 제대로 정착하는 모습이다. 바라보면 왠지 뿌듯해진다.
정말 돌과 같아보였던 월동자도 모습이 변했다. 자세히 보면 성장한 티가 역력하고, 맨 위쪽은 서로 더 크다고 키를 재는 듯 위로 단단히 뻗는 모습이다. 너무 씩씩해서 관심도 잘 안 주는데, 홀로 꼼지락꼼지락 움직이고 있었다.
제일 많이 변한 건 바로 스파티필름이다. 가운데 곧고 길게 뻗어있던 흰색 꽃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꽃이 봉오리에서 피어나는 사이, 첫 번째 꽃은 점점 흰색에서 연두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 변화가 너무나 조용하게 서서히 일어나서 어느 날 꽃이 연두색인걸 보고 당황했었다. 꽃잎만 변한 게 아니고 꽃 안에 암술과 수술이 검게 점박이가 박힌 게 아닌가.
찾아보니 이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했다. 꽃이 지는 모습이니 당황하지 말고, 잘라서 정리해주란다. 인터넷 속 전문가의 말을 믿고 나는 첫 번째 꽃을 잘랐다. 왠지 허전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겪은 스파티필름이 나보다 더 묘한 감정을 느꼈겠지.
변화는 서서히 이뤄진다
식물들의 변화는 조용히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변화는 제각기 다르다. 어떤 것도 똑같이 변하지 않는다. 잎 하나하나 각자의 템포로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우리도 식물과 다르지 않다. 하루만큼 느끼고, 한 달만큼 변화한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진리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사람은 변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 모습을 보면 말이다. 10년 전 나와 지금의 나는 너무나 다른 사람이다. 그런데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다고 생각이 드는 건 아마도 그 변화가 작거나, 느리거나, 조금씩 생겨나기 때문이 아닐까?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식물도, 사람도, 세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