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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슬기 Jul 24. 2018

두 번째로 쓰는 식물 일기 #2

못하면 어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


새로운 식물, 스파티필름


또다시 식물을 내 방에 데려왔다. 

이번에 이케아에 가서 '스파티필름'을 사 왔다. 넓고 시원시원한 잎에 흰 꽃이 한가로이 피어있었다. 이름은 필름으로 지었다. 잘 관리하면 사시사철 흰 꽃을 볼 수 있다고 하니 신경 써보려고 한다. 



미리 주문해놓은 배양토와 마사토를 섞어 스파티필름 분갈이를 해주었다. 마사토란, 화강암이 풍화되어 생긴 흙으로 입자가 굵어 배수가 잘되고 식물들이 숨 쉴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식물을 키우다 보니 모르던 단어를 배우고 이전에 몰랐던 세계를 알게 되는 기분이다. 그렇게 필름이 분갈이해주고 싱고니움도 같이 흙을 갈아주었다. 이전에 자갈을 섞었는데 그것도 부족했는지, 자꾸만 곰팡이가 피는 거 같아서였다. 기존에 있던 자갈에 마사토를 더 섞고 건강한 배양토도 넣어주었다. 


처음에 싱고니움과 다육이를 살 때는 며칠을 일기에 적으며 자신이 있을 때 사자고 다짐했다. 막상 사러 가서도 그 앞에서 얼마나 살피고 두리번거렸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 스파티필름을 사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식물 키우는 것도 처음이라 어렵다. 한 번 데려와 키우다 보면 정이 가고 또 잘 자라는 모습에 다른 식물들도 내 공간에 데려오고 싶어 진다.



식물을 키우기 전에는 모든 식물이 물과 햇빛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물도 너무 많이 주면 문제가 된다. 그리고 햇빛도 마찬가지다. 싱고니움은 그나마 햇빛을 좋아하는 식물이지만, 스파티필름은 아니다. 그늘이나 간접광을 선호하는 스파티필름은 그래서 내 방 서랍장 위에 있다. 내가 데려온 두 번째 식물이지만, 스파티필름은 처음이기에 또 어렵다.







모든 처음은 어렵다


모든 처음은 다 어려운 거 같다. 

이 브런치에 처음 글을 쓸 때도 괜히 조마조마한 기분이었다. 자꾸 쓰다 보니 쓸거리가 생기도 안 쓰면 아쉬울 때도 있다. 그래서 쓰고 싶은 글을 꼭 적어놓았다가 시간이 지나더라도 완성하곤 한다. 처음 회사를 들어갈 때도 얼마나 어려웠던가.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한번 알려준 건 다시 묻지 않으려고 들으면서 적었고, 적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처음 혼자 해외여행을 갈 때도 어찌나 걱정되던지. 6개월 전부터 모든 경로의 비행기, 숙박을 다 예약하고 한 달 전에 확인 메일도 보냈었다. 도난 사고를 겪은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를 읽으며 내 여권과 짐이 사라지는 악몽을 꾸기도 했다. 




못하면 어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



모든 처음은 참 어렵다. 그렇다고 두 번째라고 쉬운 건 아니다.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고 또 다른 문제가 터지곤 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어."라는 말에 위안을 얻곤 한다. 나는 이 인생을 처음 사는 사람이라서 매번 처음을 겪기 때문이다. 그때 누군가 혹은 스스로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고 지금 그 정도면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말해준다면, 어려워도 다시 처음을 도전해보려 할 것이다.



못하면 어때, 실수하면 어때. 

우리도 오늘이 처음이잖아.






식물을 키우며 매일 자라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다음 글도 읽어주세요 :-)

https://brunch.co.kr/@2016120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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