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쪽방촌 청소를 한 후
이것이 현실인가?
얼마 전부터 새로운 회사를 다니게 되었고, 회사 프로그램으로 지난주 금요일 서울역 쪽방촌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팀을 나눠 쪽방촌에 사는 분들의 방을 3시간 정도 청소했다. 그러고 나서 퇴근을 하고 동네로 와서 피자로 저녁식사를 했는데, '이것이 현실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동안 큰 격차를 경험하고, 내가 당연시 여겼던 것이 현실이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서울역 힐튼 호텔 근처에 쪽방촌이 있다. 평지가 없는 오르막길, 다닥다닥 붙은 건물, 건물 속 더 좁은 계단, 그 계단을 오르면 한 층에 10가구 이상이 사는 듯한 모습, 한층에서 함께 화장실을 공유하는 곳이었다.
내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목장갑을 끼고 청소하는 이곳에서 그들은 잠을 자고, 밥을 먹는다. 청소를 위해 짐을 밖으로 꺼내면 먼지처럼 벌레들이 떨어진다. 눈 앞에서 보이는 이 모습이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아 놀라지도 않았다.
자꾸만 떠오르는 질문들
그들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이곳에 왔을까?
그들은 왜 이곳에 있을까?
추운 겨울, 그들이 춥게 지내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내가 얻은 것은,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은 온전히 나의 힘으로 이룬 것일까?
생각해보면 모든 걸 다 내가 이루지 않았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아파트에 살았고, 대부분 내 방도 가지면서 자라왔다.
살수록 인생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노력해도 이룰 수 없는 것이 있고, 노력하지 않아도 이미 얻은 것들이 있다. 이런 현실을 보고 나며 막막한 마음이 든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자꾸만 고개를 숙이게 된다.
그들의 모습
마스크를 쓴 우리를 보며 그럴거면 오지 말라고 소리치던 사람.
그 말 덕분에 봉사하는 내 모습을 자랑스럽게 여기기보다는 부끄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무료 라면 한 박스를 줄 서서 받아오면서, 청소하는 우리를 위해 물과 콜라를 사다 준 사람.
그 모습을 보며 그의 마음이 무엇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던 기억.
홀로 걷기도 힘든데, 한사코 도움을 거절하고 라면 한 박스를 5층까지 들고 올라가는 그를 보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생각이 들었다.
갑작스럽게 모인 사람들, 마이크 소리에 자신의 머리를 철문에 박고 술병을 깨던 그.
무엇이 그를 그토록 괴롭게 했을까 생각해본다.
어제처럼 생생한 쪽방촌의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 내 모든 것이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지금 쓰는 이 글도 참 사치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