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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슬기 Jun 30. 2020

취향이 잔뜩 묻은 6월의 책

청소년, 철학, 탈코르셋ㅣ유월의 책 3권 이야기

[취향이 잔뜩 묻은 6월의 책]은 글쓴이가 6월 한 달 동안 읽은 책 중 인상 깊었던 것을 골라 적습니다. 취향이 잔뜩 묻은 책 이야기, 편히 슥슥 읽어주세요.






그때 읽었어야 했는데, 『귤의 맛』

귤의 맛 ㅣ 조남주 ㅣ 문학동네



조남주의 신작이 나왔다. 조남주 작가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아이를 키우는 30대 한국 여성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사람이다. 그는 단번에 책 『82년생 김지영』을 대국민 필독서로 만들어버렸다. 2016년 가을, 종로서적에서 책 『82년생 김지영』을 처음 읽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강렬한 인트로를 읽고 홀린 듯 책을 샀고 그 이후 말하고 싶은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브런치 글도 썼으니 조남주 작가는 내게 잊을 수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신작이라면 무조건 사곤 한다.


이번 책도 어떤 내용인지도 모른 채 이름 석 자를 보고 주문했다. 읽으면서 청소년이 주인공인 소설인가 싶었는데 다 읽고 나서야 청소년 소설이라는 것을 알았다. 다윤, 소란, 해인, 은지 4명의 또래 친구들 이야기를 읽다 보니 자연스레 나의 중고등학생 시절이 떠올랐다. 그리고 나는 왜 그때 청소년 소설을 읽지 않았는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내가 청소년일 때 이 책을 읽었다면 친구들과 미묘하게 끈적하고 또 한편으로 무책임하게 순수한 관계를 편히 받아들일 수 있었을 텐데. 그때 나는 뭘 읽었나 생각해보면 교과서에 실리는 문학작품이나 학교에서 정해준 고전에 가까운 필독서를 읽었다. 국가도 시대도 다른 소설을 읽으니 재미나 흥미를 느끼기보다는 읽어야 하니까 읽는 편에 가까웠다. 만약 나처럼 청소년 때 제대로 그 시대의 청소년 문학을 읽지 못했다면 지금 읽어보는 것을 권해보고 싶다. 여전히 마음속에 자라지 못하고 웅크리고 있는 어린아이가 있으니까.




실존적인 질문을 던진다,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ㅣ 김은주 ㅣ 봄알람



나는 철학을 좋아하는 편이다. 한때 철학 관련 책만 골라서 읽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 내게 믿고 보는 <봄알람> 출판사에서 나온 이 책은 꼭 읽어보고 싶은 것이었다. 이 책은 역사 속에 묻힌 여성 철학자 6인을 다루고 있다. 덕분에 무자비한 자본주의와 허덕이는 돈벌이를 살짝 떼어두고 실존적인 이야기에 빠져 헤엄을 쳤다.


특히 '주디스 버틀러' 철학자의 사유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무엇이 나 자신의 삶을 견딜 만하게 하는가?" 버틀러의 관심은 '어떠한 조건이 나를 나로서 살게 하고, 삶을 견딜 힘을 주는가'에 있다. 이 질문은 이렇게 바꾸어 물을 수 있다. 어떠한 인간 조건이 나를 보편적인 인간의 영역에서 몰아내고, 나로 하여금 삶을 포기하게 만드는가?"


무엇이 나를 나로 살게 하는가. 무엇이 나를 나로 살지 못하게 만드는가. 단순하게 생각하며 한없이 가벼워지고, 깊게 생각하면 끝을 모르고 깊어지는 이 질문을 오랜만에 마주했다. 나는 이걸 길게 생각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그 의미로 버틀러의 저서를 읽어보려고 한다. 만약 자신을 돌아보게 해줄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분명 6명 중 한 사람은 당신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당신도 궁금한가요, 『womankind : 9호 탈코르셋을 말하다』

womankind : 9호 탈코르셋을 말하다 ㅣ 편집부 ㅣ 바다출판사



<womankind 우먼카인드>는 건강한 여성주의 목소리를 발견하는 계간지이다. 매번 여성주의 내 주요한 주제와 우리가 잘 몰랐던 나라를 정해 다양한 여성들의 삶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첫 호부터 관심이 생겨 종종 읽어왔다. 이번 주제는 '탈코르셋'이라 더욱더 흥미로웠다.


'탈코르셋' 이야기가 나온 지는 꽤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논쟁이 되는 주제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사람마다 탈코르셋을 정의하는 말이 다를 거 같긴 한데 이 매거진 내 한 꼭지에서는 아래 문장으로 탈코르셋을 정리했다.

"탈코르셋 운동은 여성 신체가 남성 성애의 대상이자 부계 혈통을 잇는 몸이 되는 것을 거부하는 운동이다."


나 역시 탈코르셋을 하고 있지만 내게 주어진 모든 코르셋은 벗어내지 못했다. 여전히 외출할 때는 색깔 있는 틴트나 립밤을 바르고 내 몸을 조이는 옷들을 버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나는 탈코르셋의 의미를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으며 그 방향성으로 한 걸음, 두 걸음 걸어가는 중이다. 이 때문에 이번 매거진이 내게도 의미가 있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탈코르셋'에 관심이 있기를 욕심내본다.








그럼 다음엔 [취향이 잔뜩 묻은 7월의 책]으로 돌아올게요. 혹시 이 글을 읽고 책에 관심이 생겼다면 남겨주세요.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그럼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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