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슬기 Dec 05. 2020

여성 창작자를 인터뷰하며 배운 것

조직 밖 노동자, 객원 에디터로 인터뷰 편집을 마치며


지난 10월, 객원 에디터로서 여성 창작자를 인터뷰하는 일을 마쳤다. 역시 뭐든 해봐야 잘 알게 되는 것일까. 다소 막연했던 인터뷰를 해내며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었다. 인터뷰를 왜 하는지부터 인터뷰이를 어떻게 매력적으로 보여주는 것까지 인터뷰 전 과정을 온전히 경험한 일 회고를 적어보려 한다.




왜 인터뷰를 하는가



이 작업을 함께 하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여성 창작자 인터뷰 모음집을 준비하는데 객원 에디터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고 여성의 이야기라면 버선발로 달려가는 사람이기에 고민도 없이 메일을 보내고 함께 하게 되었다. 


실무자로서 작업을 진행하게 된 입장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왜'였다. 왜 이 인터뷰를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야 기획 방향에 맞는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해당 작업은 다행히 '왜'를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여성의 이야기는 어떤 분야에서도 여전히 부족했기에 여성 창작자의 작업에 대해 깊게 살펴보며 그 안에서 그들의 고군분투 널리 알리겠다는 취지였다. 이는 지금을 살아가는 내게도 필요한 이야기였기에 작업하는 동안 진심을 다할 수 있었다.


더불어 취지를 어떤 톤앤매너로 다룰 것인가도 중요한 부분이었다. 같은 사람이라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니까. 게다가 글이란 것은 선명한 지문처럼 글쓴이가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하기에 같은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톤을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을 클라이언트에게 말하니 이전 호를 보시는 게 가장 좋을 거 같다며 직접 책을 보내주었다. 그 책을 여러 번 읽었고 또 인터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계속 살펴보며 비슷한 목소리로 말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에게 뭘 물어볼 것인가



인터뷰이를 만나기 전, 질문지를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인터뷰이의 정보를 샅샅이 찾으며 공부했다. 정말 공부했다는 표현이 맞는 거 같다. 특히 인터뷰를 진행해야 하는 분들은 물건을 만들거나 옷을 만드는 등 디자인 영역에서 활동하는 분들이었기에 그들의 작업을 이해하는데 몰랐던 분야를 익히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에 작업을 하나씩 살펴보며 정리했고 그 안에서 내 느낌이나 감상 그리고 궁금한 점을 함께 적었다. 자신의 표현하거나 일상을 공유하는 것으로 인스타그램 채널을 활용하는 분들이 많기에 브랜드 계정뿐 아니라 개인 인스타그램 피드도 스크롤을 내리며 인터뷰이를 구체적으로 그려보았다. 이렇게 한바탕 공부를 하고 나서야 질문지 구성이 시작되었다.


질문을 구성하면서 크게 세 사람을 염두에 뒀다. 인터뷰 모음집을 기획하는 클라이언트, 질문을 받는 인터뷰이, 인터뷰를 읽을 독자. 이에 클라이언트의 기획과 방향성에 맞는 작업에 대한 질문에 집중했고 인터뷰이가 받고 싶어 하는 질문을 고민하며 다른 곳에서 할 수 없었던 작업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여성 창작자로서 또는 혼자 일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을 풀어낼 수 있도록 고려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이를 글로 처음 만나는 독자를 위해 소개를 시작으로 사적인 대화가 아닌 친절하게 설명되는 이야기가 되도록 노력했다. 그렇게 인터뷰마다 약 15개 내외의 질문 리스트를 준비했다.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그를 만나기



인터뷰이를 만나러 가는 길은 혹여나 늦을까 봐 서두르게 되었다. 그래서 매번 시간이 남았고 만나기 전 카페에 앉아 그의 작업을 살펴보고 던져야 할 질문을 되새겼다. 드디어 인터뷰이를 만나는 순간, 그의 작업실 문이 열렸다. 인터뷰이가 주로 일하고 활동하는 공간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진행을 위해 녹취의 동의를 구하고 클라이언트와 함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이 만나기 전, 인터뷰를 준비하던 순간의 컷


그때부터 인터뷰이에게 시선을 집중하려고 했다. 인터뷰는 누구나 긴장이 되는 일이기에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냈다. 그가 하는 말에 온전히 집중하는 자세를 가졌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궁금한 내용이나 구체적인 답변이 더 필요할 때 또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을 거 같은 부분에서 즉흥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리액션도 잊지 않았다. 인터뷰이의 답변에 공감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고 비슷한 의견을 나누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 


적다 보니 굉장히 교과서적인 모습으로 그린 거 같지만, 인터뷰를 진행할 때 내 마음은 정말 그랬다. 인터뷰이조차 인터뷰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질 좋은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인터뷰이의 말을 받는 좋은 청자가 되어서 앉았다. 하지만 나와 인터뷰를 했던 사람은 어떻게 느꼈는지는 장담할 수 없을 거 같다. 부디 안 좋은 기억만 심어지지 않았기를.





그의 말을 어디까지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2시간 남짓한 인터뷰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가장 먼저 녹취파일을 확인했다. 이어폰도 꽂지 못하고 핸드폰을 귀에 갖다 대면서 말소리가 잘 담겼는지 확인했다. 그다음은 iCloud에 녹취파일을 올렸다. 혹시나 핸드폰의 문제로 파일이 날아가면 안 되니 2차로 공유 드라이브를 활용한 것이다. 그렇게 하고서야 인터뷰가 잘 끝났구나 안심이 되었다.


인터뷰 끝나고 전철을 기다리다 한컷


인터뷰 편집은 녹취록을 푸는 일로 시작된다. 2시간 인터뷰일 때 내 경우는 5시간 시간에 걸쳐 녹취록 작업을 진행했다. 한 문장을 듣고 일시 정지해서 타이핑하고 또다시 한 문장을 듣고 적는다. 녹취할 때는 최대한 말한 그대로를 남기려고 해서 잘 들리지 않았던 어미도 다시 들으면서 옮겨 기록했다. 다음으로 인터뷰 질문 흐름에 맞게 문장을 조금씩 정리한다. 보통 말을 할 때는 비언어적인 표현 덕분에 문장을 온전히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대화가 가능하다. 그렇다 보니 말을 글로 적어서 보면 주어와 서술어는 제각기 따로 놀고 생략된 부분이 많아 어색하다. 맞춤법을 틀리게 말하는 건 기본이고 말하는 이의 습관까지 담겨있기에 같은 단어나 구절을 꽤 자주 쓰기도 한다. 그래서 이 부분을 글로 보기에도 나쁘지 않게 글자의 짝을 맞추는 느낌으로 작업을 했다. 


본격적인 인터뷰 편집은 그다음에 이루어진다. 어떻게 해야 인터뷰의 목적을 달성하면서 읽고 싶은 스토리를 만들지 고민을 하며 편집한다. 무엇보다 어려웠던 것은 '인터뷰이의 목소리를 어느 정도까지 편집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답변을 편집하면서도 인터뷰이의 고유한 캐릭터를 보여줘야 하는데 이게 참 쉽지 않았다. 그래서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었다. 첫 번째 인터뷰 구성안의 클라이언트 피드백은 너무 정리되었다는 것. 인터뷰이의 캐릭터나 현장감을 더욱 살려주면 좋겠고 인터뷰 상황에서 나왔던 인터뷰어의 반응이나 리액션도 적절하게 반영을 해달라고했다. 너무나 이해가 되는 피드백이었기에 추가 작업을 진행했고 두 번째 인터뷰 편집 때는 처음 피드백을 떠올리며 작업했다. 같은 피드백을 또다시 듣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두 번째 인터뷰 구성안을 본 클라이언트는 이번에는 정리가 덜 되었다고 했다. 대화 속에서 생략되는 부분을 살려주고 문장을 조금 더 편집해달라는 요청을 했었다. 그 피드백을 받고 다시 보니 고쳐야 할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수정을 거듭하면 인터뷰 최종 구성안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건 내 선에서의 최종이었고 실제 인터뷰집에 실리는 과정에서 다시 편집이 진행되었다. 









좋은 인터뷰란 무엇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전보다는 알게 된 기분이다. 이전에도 인터뷰를 해봤지만, 마케터로서 고객 인터뷰나 구성원 인터뷰에 대한 것이기에 어떤 의미에서 전혀 다른 콘텐츠였다. 이번 인터뷰 작업을 통해 조금 더 인터뷰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고 진지한 태도로 콘텐츠 작업에 충분한 시간을 썼던 거 같다. 그리고 객원 에디터 업무 과정에서 감사함이 종종 솟아올랐다. 실무자의 영역을 존중해주는 클라이언트에게 감사했고, 오롯하게 자신만의 브랜드와 작업을 해나가는 여성 창작자를 만날 수 있어서 신이 났고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편집할 수 있어서 기뻤다. 그래서 수십번도 넘게 듣고 적고 읽었던 그들의 말들이 여전히 내 주변을 맴도는 것 같다. 이 경험을 통해 들은 말과 배우고 싶은 자세를 징검다리 삼아 나도 뭔가 더 해볼 수 있겠다는 욕심이 생기기도 했다. 비록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해도 큰돈을 벌지 못해도 잘 모르는 영역이라도 부딪히면서 해볼 수 있을 거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조직 밖 노동자, 독립출판 텀블벅 펀딩을 마치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