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인디가수 노리플라이(No Reply)
런던 호스텔에서 만난 여행자는
이렇게 물었다.
인디가수가 왜 좋아?
남들이 안 듣는 음악을 안다는 것을 즐기는 거 아니야?
만약 많은 사람들이 네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다면 그래도 네가 좋아할 거 같아?
당황스럽게도
나는 왜 인디가수를,
인디음악을 좋아하는지 몰랐다.
그냥 좋았으니까
그래서 그 질문에 내가 과연 그런가?
의문을 가졌지만,
단숨에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인디가수들은 대부분 직접 곡을 쓰고 작사를 해. 그래서 자신이 만들고 노래하는 음악은 정말 달라.
진심이 느껴져. 그래서 좋아.
이렇게 좋은 음악을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면 좋겠어.
그래도 그 친구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려고 했던 거 같지 않다.
자신 주변에 인디음악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그다지 성실한 이미지는 아니었나 보다.
요즘에야 인디음악이 분위기 좋은 카페에도 나오고 TV에도 종종 나오지만,
내가 처음 인디음악을 빠졌던 5-6년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TOP 100 은커녕 TOP500에도 나와있지 않은 노래를 찾아서 들어야 했다.
최신 앨범 순으로 찾아보며 모든 인디 앨범을 들으며 나와 맞는 가수가 누굴까 찾아다녔다.
좋아하는 인디가수의 공연은 2-3년에 1번 할까 말까였기에 매번 그 공연을 애타게 기다렸다.
요즘도 그렇긴 하지만, 인디음악을 듣는다고 하면 왠지 마이너 같은 느낌이 있고
괜히 허세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거 같다.
나의 취향은 마이너라는 것을 인정한다.
허나 나는 단순히 허세를 부리려고, 남들이 모르는 음악을 알고 있다고 뿌듯해하는 것은 아니다.
노리플라이와 함께한 추억
내가 사랑하는 가수는
"노리플라이(No Reply)" 다.
5년 전 찾아서 음악을 듣다 보니 우연히 알게 되었고, 지금은 나의 페이보릿 가수이다.
노리플라이는 2008년부터 활동한 2인조 인디밴드로 보컬인 권순관은 피아노와 노래를 동시에 하며 개인 단독 앨범도 있는 가수이다. 노리플라이의 정욱재는 주로 기타로 연주를 하며 가끔 코러스를 같이 한다. 노리플라이는 정규, 비정규 앨범을 모두 포함 10개의 앨범을 냈다.
힘든 여름 위로가 된 comma 앨범
그 해 여름은 참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구체적인 이유는 없었지만, 매우 허무하고 외로웠으며 세상을 혼자 살아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을 집에서 무기력하게 보냈다.
이 시기 나를 위로해준 노래가 바로 노리플라이의 comma 앨범 속 노래들이었다.
방안 침대에 누워 창문을 활짝 열고 차 소리와 함께 이 노래를 무한 반복했다.
지친 마음 먼 곳에 흘러가고
움켜쥐고 있었던 아픔들과
집착에 헤매이던 날들
돌아보면 꿈인 것 같아
comma_노리플라이
그래서인지 이 노래를 들으면 그 해 여름이 떠오른다.
그리고 여름이면 다시 이 앨범을 꺼내 든다.
또다시 창문을 활짝 열고 지나가는 차 소리와 함께 노래를 듣는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게 해 준 권순관
권순관은 노리플라이 보컬로 A door 앨범을 냈다.
당시 노리플라이의 정욱재가 군대에 가서 노리플라이로 활동을 못하고 개인 앨범을 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권순관의 노래에 빠져 항상 듣고 다녔다.
날씨가 좋은 어느 주말 동아리 사람들과 놀러 갔었고, 그때 나는 또 이 노래를 사람들에게 들려주었다.
노래가 나오자마자 그 사람은 이거 권순관 목소리 아니냐며 물어봤다.
맞다. 권순관 노래였다.
아무도 이 노래를 몰랐는데, 그 속에서 그 사람은 권순관 목소리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
그때부터 우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지금은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었다.
같은 하늘을 바라보는 건
눈빛의 말을 이해하는 건
같은 노랠 좋아하는 건
우연일까요
우연일까요_권순관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즐겨 듣는 사람이라면 나와 잘 맞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노래 속 가사를 많이 공감하며 듣는데, 노리플라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나와 같은 마음일 거 같다.
그래서 내가 그 사람과 가까워졌나 보다.
나와 같은 사람일 거라 생각했기에
똑같은 하루 속에
텅 빈 마음을 숨겨둔 채
시시한 농담에
웃어대며 그렇게
긴 하루 지나가고
엉킨 마음을 끌어안고
난 불을 끈 채로
오늘도 내 마음은
흘러가는 꿈이여
여전히 내겐
다 어려운 일이여
우리들_노리플라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요즘, 생각이 참 많아진다.
시간이 지나면 경험도 쌓이고 어려움이 없어지겠지 싶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더욱 어려운 일들이 내 앞에 놓일 뿐이다.
다만 이러한 상황이 나에게만 일어나는건 아니기에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개인이 느끼기에
조금은 위안을 얻는다.
그런 의미에서 노리플라이 속 권순관과 정욱재 그리고 사람들은
나에게 참 많은 위로가 된다.
또 지칠 때 시집을 꺼내고
노리플라이 음악을 들어야지.
그러면 그 힘든 하루도 이미 다 지나갔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