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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슬기 May 01. 2017

무인양품(MUJI), 이것으로 충분하다

[1] 무인양품 브랜드 이해하기

나는 무인양품(MUJI, 이하 무지라 칭함)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브랜딩에 관심이 없을 때부터 할 일이 없을 때면 무지 매장에 빈둥거렸고 무인양품의 육각 검정펜으로 삶을 끄적거렸다. 브랜딩에 관심을 가진 지금은 나는 무지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의 이유를 정리한다는 것은 참 무의미하다. 그래도 나는 궁금했다. 내가 왜 무지를 사랑 하는지? 많은 기업들이 왜 무지와 같은 기업이기를 바라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그동안 무지 상품, 무지 매장에서의 경험, 스콜레 무지 세미나, 매거진 B 무지 편, 매거진 B 팟캐스트 무지 편 등을 통해 배우고 느낀 것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무지에 대한 글을 시리즈로 연재할 예정이며, 해당 글은 그 시리즈의 첫 번째로 무인양품이라는 브랜드 이해하기이다.



무인양품의 숨겨진 의미


무인양품이라는 이름의 '무인'은 '브랜드가 없다'이고 '양품'은 '질 좋은 상품'이다.


1970년 일본 당시 브랜드의 이름값으로 가격이 천차만별이 되며 과소비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일본인들은 아메리칸의 생활방식을 지향하며 브랜드에 집착했다. 이러한 시대 배경에서 브랜드 자체를 없애고 좋은 상품을 제공하자는 다짐으로 무인양품(MUJI)은 탄생하였다.


이러한 가치관을 가진 무지는 우리들에게 '이것으로 충분하다'라고 말한다.


무지를 쓰는 사람들은 빈 공간에 무엇을 놓을지 고민하다가 무지 제품을 놓으면 원래 그 자리의 주인양 자연스레 스며든다고 말한다. 무지 제품은 매우 깔끔하고 단정하며 튀는 색상을 사용하는 것은 없다. 대체로 흰색, 회색, 남색 등의 기본적인 색상을 사용하면 그 색상 자체도 강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이에 제품의 기능을 다하고 어느 곳에서 어울리는 무지의 제품을 보면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무지는 그 상품 자체로 충분할 뿐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한다. 무지는 그냥 싼 것이 아니라 '이유가 있어 저렴하다'는 브랜드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그것의 대표적인 예가 '깨진 표고버섯'이다.

                                                                                         

'깨진 표고버섯'은 무인양품 식품의 지향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사실 건조 표고버섯의 경우 조리할 때 부숴서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좋은 식재료지만 생산 과정에서 결함이 생겨 상품 가치를 입은 표고버섯은 버려지기 일쑤지만, 무인양품은 오히려 합리적인 소비를 실현하기에 좋은 재료라 생각했다. 종전의 건조 표고버섯과 비교하면 외형만 못생겼을 뿐, 품질과 맛은 같기 때문이다. '깨진 표고버섯'이 무인양품을 상징하는 식품이 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외형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절반 가격에 건조 표고버섯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은 소비자의 구매를 촉진했다. 무인양품은 자신들이 개발한 가공식품을 통해 소비자가 현명한 소비를 하길 바란다. 가격이 저렴한 이유를 소비자에게 명확히 밝힐 줄도 안다.

[매거진 B] 무인양품 中                                               


일본에서 건조된 표고버섯은 조리 시 보통 부숴서 사용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들은 건조과정에서 깨진 표고버섯을 상품으로 인정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보기에 좋은 것만을 제공하며 높은 가격을 받았다. 무지는 반대로 '깨진 표고버섯'을 상품으로 인정하며 일반 건조 표고버섯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게 제공한다. 이를 통해 무지는 소비자가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브랜드를 책임지는 어드바이저리 보드 멤버


무인양품은 총 5명의 어드바이저리 보드 멤버(아트디렉터 하라 켄야, 인테리어 디자이너 스기모토 다카시, 카피라이터 고이케 가즈코, 프로덕트 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 텍스타일 다지이너 스도 레이코)를 구성원으로 두고 있다. 해당 구성원은 경영에 일절 참여하지 않으며 무지의 브랜드만을 관리하고 있다. 그 어떤 기업에서도 볼 수 없는 이 조직은 무인양품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을 가능하게 해준다. 경영과 분리되어 있기에 매출, 수익에 따라 달라지지 않고 일관된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며, 한 구성원이 바뀌더라도 다른 구성원들이 있기에 흔들림이 없다.


그중 '하라 켄야'는 무지의 철학을 만들어 낸 사람이다.


디자이너들이 존경하는 디자이너 하라 켄야


우메다 병원의 사인 프로젝트, 쉽게 더러워지는 흰색 천을 씌워 항상 청결을 유지하겠다는 증명을 보여줌
2007년 기획한 <센스웨어Senseware>전
나가사키 현 미술관 사인 프로젝트, 살아 숨 쉬는 미술관을 보여주는 움직이는 심벌마크




하라 켄야가 보여준 무인양품의 '공(空)'


비움을 보여준 무인양품의 기업광고


지평선, 눈이 가득 쌓인 땅과 하늘 사이 인간의 삶이 존재한다.
지평선을 가득 채우고 왼쪽에 무인양품 네글자를 보여준다
무인양품은 하늘과 땅 경계에 존재함


비어 있다는 건 곧 모든 게 있을 수 있다는 잠재성을 내포합니다. 사진으로 찍은 지평선은 아무것도 없는 풍경이지만 사실 세상의 모든 것이 있는 장소기도 합니다. 브랜드, 제품, 그리고 디자인은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라 켄야


하라 켄야의 자연, 당연, 무지 포스터



                                                                                  



매거진 B 무인양품 편에서 한 어드바이저리 보드 멤버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Q. 크리에이티브 영역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어드바이저리 보드에 의해 기업의 방향성이 정해지는 무인양품의 시스템이 지금까지 잘 기능해올 수 있었던 실질적인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하나는 무인양품 경영진으로부터의 안정적이고 계속적인 신뢰이고, 다른 하나는 어드바이저리 보드 멤버 모두가 진심으로 무인양품을 사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두 가지뿐이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무인양품 어드바이저리 보드 멤버들은 각 분야에서 충출 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진심으로 무인양품을 사랑한다. 무인양품 경영진들은 그들을 신뢰하면 무한한 믿음을 준다. 이러한 곳에서는 좋은 제품, 훌륭한 브랜드가 나올 수밖에 없다.





자주적인 삶, 무지 하우스


무인양품 홈페이지


무인양품은 10여 개의 제품으로 시작해 생활필수품 위주로 확장하며 현재 7천 여개의 제품군이 되었으며 지금도 계속 확장하고 있다. 무인양품은 자주적인 삶과 즐거운 생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성장했고 이제는 '주거'에 대한 사업을 하고 있다. 삶과 생활에 공간을 빠질 수 없고 '집'은 사람에게 너무나 중요한 공간이다. 이에 무인양품이 '집'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확장이다.


무지는 '집'을 경제적인 가치로 보지 않는다. 왜 30년 이상 은행 담보대출을 갚아가며 그 집에 살아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30년 이상이면 부동산은 감가상각이 되어 최초의 가치보다 떨어지게 되면 가치를 높이기 위해 수리비가 들어가게 된다. 가치가 떨어진 집에 살면서 최초의 집값을 충당하기 우리는 매달 원리금을 갚고 있다. 또한 우리는 집을 고를 때, 내가 살고 싶은 집이 아닌 나중에 잘 팔릴 거 같은 집을 선택한다. 모두가 그런 선택을 하기에 우리나라는 네모 각진 효율을 극대화한 아파트 천국이 되었다.


무인양품은 우리에게 '집'을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자주적인 삶을 살기 위한 공간을, 경제적인 가치보다 나의 생활에 초점을 맞춘 집을 생각하게 한다.


MUJI INFILL 0

집의 불필요한 기둥, 장식 등을 없애버리고 집 그 자체, 빈 공간 그 자체에서 시작한다.


https://youtu.be/dVvgEC22Kxo


MUJI HOUSE 3가지 집

무지 하우스는 나무의 집 , 창의 집, 세로의 집 총 3가지의 집을 제시한다.


https://youtu.be/67zF8TUDhxM


나무의 집

나무의 집은 집 안쪽 소재를 모두 나무로 이용한 집으로 집 전면이 창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창의 집

창의 집은 박공지붕으로 된 집으로 나무의 집보다 창을 부분적으로 내서 관리가 편리하고 보온성이 높다. 창의 집은 원하는 곳에 창을 낼 수 있다.


세로의 집

세로의 집은 협소 주택이다. 주택과 주택 사이 좁은 공간을 활용해 지은 집이다. 계단을 가운데로 두어 빛의 통로로 이용하며 계단으로 공간을 분리하는 구조가 특징이다.


훗날 우리나라에 무지 하우스가 들어온다면, '창의 집'에 살아보고 싶다. 아늑한 느낌의 박공지붕과 원하는 곳에 창을 내어 좋아하는 풍경을 가득 담으면 좋을 거 같다. 옥상이 없는 아쉬움은 테라스를 만들어줄 수 없는지 무지 하우스 담당자와 함께 고민하며 집을 만들고 싶다.




무인양품의 의미와 어드바이저리 보드멤버그리고 자주적인 삶을 지향하는 무지 하우스 이외에도 무인양품의 자랑거리는 넘쳐난다. 단순히 무인양품 매장이 좋아서 자주 들렀는데, 관심이 애정이 되고 이제는 사랑이 되었다.


어떤 에세이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뻐드렁니가 좋다며..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게 사랑이다'라는 글귀를 본 기억이 난다. 누군가에게 무인양품은 비싼 제품일 수 있고 생각보다 맘에 들지 않을 수 있다. 현재 나의 상태를 고려하면 무인양품은 나에게도 다소 비싼 제품이지만, 나는 그걸 감수하고 구매할 의향이 있다. 특히 6월에 떠날 후쿠오카에서 그 '벽걸이 CD플레이어'를 살 거다. 우리나라에서 약 20만 원 가까이 되는 해당 상품은 '음질이 좋지 않다'는 평이 자자하지만, 그건 나에게 아날로그 감성을 주는 음악으로 다가올 테니까.





무인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아래 글도 읽어주세요.

- 무인양품(MUJI), 공간 속으로 https://brunch.co.kr/@20161204/33

- 무인양품(MUJI), 혼자하는 품평회 https://brunch.co.kr/@201612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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