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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슬기 Jun 21. 2017

현무암 돌담 따라 만난 그곳

제주 서쪽의 브랜드 이야기


브랜드란 명품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동네 작은 카페, 회사 근처 식당도 다 브랜드이다.

이름이 생기고 간판이 걸린다면 그건 다 브랜드다. 세상 모든 것이 브랜드이지만, 브랜드 가치를 중요시 여기며 브랜드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는 곳은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그곳을 생각해보면 모두 뚜렷한 브랜드 색깔을 가진 곳임을 알 수 있다. 그렇게 3박 4일 제주 서쪽을 여행하며 내가 좋아하게 된 브랜드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번 여행은 나의 5번째 제주 여행이었다. 그러나 이번 제주 여행은 조금 달랐다. 제주 서쪽은 처음이었고, 브랜딩에 관심을 가진 이후 첫 제주였다. 그래서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왔고 조금은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아기자기한 시골집 같은 "밥깡패"



밥깡패는 제주 한림읍에 위치한 식당이다. 조용한 동네에 자리한 이 식당은 테이블 5-6개 정도 있는 크지 않은 가게이다. 근처 맛집을 검색할 때는 아직은 광고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생각한 인스타그램을 이용한다. #한림맛집 을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이 식당의 명성을 알 수 있다. 궁금했다. 정말 맛있는지? 일단 사진을 보니 분위기는 내가 좋아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그곳에 가게 되었다.



아기자기한 시골집 같은 식당이었다. 앞마당에는 텃밭이 일구어져 있고 귀여운 백구 강아지가 뛰어놓고 있다. 내가 식사를 하는 동안에는 강아지가 목줄에 묶여있었는데 마음껏 뛰어다니지 못하고 시무룩한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너무 귀여웠다. 이 식당을 마무리되는 저녁시간에 강아지를 풀어주는 거 같았다.


나는 운 좋게도 기다리지 않고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식당을 예약을 받는 식당이었고 그만큼 찾는 이 들이 많은 곳이었다. 찾아가기 전 예약은 필수이고 재료가 떨어지면 일찍 문을 닫을 수도 있으니 방문 전 확인도 꼭 해봐야 한다.


크지 않은 식당 크기에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장식이 참 잘 어울렸다. 말린 안개꽃과 작은 병, 잔꽃무늬 커튼, 손때가 묻어 아늑한 원목가구 등 제주 감성이 이런 것이구나 느꼈다. 메뉴판의 문구 역시 나를 사로잡았다. 5개의 메뉴 이름과 함께 친절한 설명이 1줄 이상 적혀 있었다. 특히 해녀 파스타 밑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해산물 한 사발 깡패스럽게 담은 밥깡패 대표 메뉴
아무리 따라 해도 이게 해녀 파스타


이 문구에 이끌려 나는 "해녀 파스타"와 "토마토 고추 카레"를 주문했다.



15~20분 정도 기다린 후 음식이 나왔다. 음식의 모습은 음식 사진을 찍지 않는 나도 카메라를 들게 만들었다. 왼쪽에 있는 해녀 파스타 접시를 둘러싸고 있는 것은 삶은 문어이다. 보기 좋게 잘라서 하나하나 올려진 모습을 보고 정성이 가득 느껴졌다. 제주 전복, 딱새우, 날치알, 문어 등이 크림파스타에 가지런히 놓여있고 소스와 함께 먹으니 풍족한 기분이었다. 전복은 살아있는 것을 막 삶아서 올렸다고 설명해주셨는데 그래서 그런지 더 탱글탱글한 느낌이었다. 모든 해산물들이 싱싱했고 적당한 시간을 두고 삶아 질기지 않았다.


같이 주문한 오른쪽에 있는 것은 토마토 고추 카레이다. 토마토와 청양고추를 적절히 넣어서 만든 것으로 맛 역시 너무 달지도 너무 맵지도 않고 딱 좋았다. 날계란스러운 것을 하나 올려주었는데, 그것을 톡 깨서 매콤한 소스와 밥을 비벼 먹으니 너무나 부드러웠다. 2개의 음식의 조화도 참 좋았다. 보통 음식 제각각인 곳도 많은데 이곳은 아니었다. 쫄깃하고 부드러운 해녀 파스타 한입 먹고 매콤한 카레를 한입 먹으니 질리지 않게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배부르게 잘 먹고 직원분은 맛있게 드셨냐고 물어보았고 나는 정말 맛있었다고 말하며 우리 함께 웃었다. 나는 이런 분위기가 좋다. 손님이 음식을 맛있어하는지 궁금해하고 칭찬을 들으면 그만큼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진실한 식당이 좋다. 그렇게 계산을 하고 마지막에 백구 강아지와 인사를 하면 나왔다. 지금 생각해도 참 따뜻하고 훈훈한 식당이었음을 되새기게 된다. 제주 서쪽에 간다면 다시 한번 이곳에 가서 여행 동안 내내 즐기고 싶다.





제주를 느끼게 해 준 "이니스프리 제주 하우스"



제주 서쪽의 관광지라고 하면 "오셜록 티뮤지엄"이 유명하다. 관광지를 잘 찾지 않지만, 브랜드가 관광명소가 된 곳을 한 번쯤을 가봐야겠다 생각했다. 예상대로 오셜록 티뮤지엄을 관광버스에 둘러싸여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어렵게 주차를 하고 티뮤지엄에 들어갔다. 티뮤지엄이라니 조금은 기대가 되었다. 그런데 인파를 따라 들어가다 보니 나는 티뮤지엄 안에 오셜록 매장에 들어가 있었고 나도 모르게 줄을 서서 주문을 하게되었다. 천천히 음료과 음식을 먹고나와 다시 돌아보았다. 입구로 돌아가 보니 오른쪽으로 매장이 연결되었고 왼쪽으로는 박물관처럼 차에 대한 것들을 선보이고 있었다. 공간이 넓지 않았지만, 콘텐츠들은 나름 괜찮았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사람이 너무 많아 오히려 브랜드 관리가 잘 되지 않는 느낌이 들었고 티뮤지엄이라는 이름과 다르게 동선이나 공간이 오히려 매장에 초점을 두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이렇게 약간은 실망을 하고 돌아서려는데 안쪽에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가 있었다. 왜 오셜록 티뮤지엄에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가 있냐고 물어본다면, 두 브랜드가 모두 아모레퍼시픽 아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그것과 더불어 제주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브랜드 역시 오셜록과 이니스프리였으니 나쁘지 않은 조합이라 생각한다.



기대하지 않았던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는 나에게 좋은 경험을 시켜주었다. 엄청나게 큰 공간을 아니었지만, 아주 알차고 재미있게 경험할 것들을 채워놓았다. 문을 열자마자 천연비누를 만들도록 공간을 크게 배치하면 그 외의 공간에 이니스프리답게 제주를 설명하고 자신들의 노력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놓았다.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을 제주 하면 떠오를 아이템을 스탬프로 만들어 그것들로 엽서를 만들 수 있게 공간을 주었다. 깔끔한 빈 엽서에 귀여운 제주 스탬프는 정말 봐도 봐도 이뻤다. 이에 나는 2개 정도 엽서를 만들었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생길 정도로 좋았다. 이것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좋아했고 유일하게 줄을 서서 조금은 기다려야 했다. 모두에게 창작욕구를 일깨우면 내가 직접 만들어 소중한 느낌이었다. 제주의 추억을 이니스프리 엽서로 담아 오래 기억남을 경험이었다. 그때 만든 엽서는 내 방 책상 위에 붙일 정도로 좋았다.



여러 체험공간을 지나 공간 가운데는 이니스프리 매장이 있었다. 단순히 이니스프리 매장이면 다 파는 것도 있었지만, 제주하우스이기에 판매하는 상품들과 독특한 전시 모습이 있어서 즐거운 볼거리가 되었다. 제일 마지막으로 위치한 것은 이니스프리 카페였다. 제주의 특징을 잡은 메뉴와 제주 농부와 함께 한다는 문구와 이미지는 그곳에 머물고 싶게 만들었다. 카페 너머로 보이는 녹차밭의 풍경 역시 한몫을 했던 거 같다. 아쉽게도 오셜록에서 이미 음료를 했기에 이곳을 즐기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다.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에서 화장품 하나라도 더 팔려고 노력하지 않아서 좋았다. 판매가 목적이 아닌 제주와 이니스프리를 경험하는 것을 목적을 두고 공간을 구성한 것이 느껴져서 좋았다. 제주를 가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니스프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는 한번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이렇게 좋은 브랜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더욱 많아지길 바라며 이니스프리를 응원한다.





빛이 쏟아지는 동굴 같은 "앤트러사이트"



제주 서쪽 여행에서 제일 기대했던 카페가 바로 앤트러사이트였다. 제주 한림읍의 방치된 전분공장을 활용해 만든 카페이다. 합정에 앤트러사이트도 가봤지만 그때 공간에서 주는 느낌이 강렬했기에 제주도에 이곳도 참 궁금했다.



차로 가서 편히 갈 수 있었지만, 위치는 안쪽에 위치해 발길이 닿지 않는 동네였다. 허허벌판 같은 곳에 앤트러사이트가 자리하고 있었다. 넓은 공장부지 덕분인지 꽤 여유로운 공간을 가지고 있었다. 야외에 천막으로 덮여 폐목재 등으로 꾸며진 공간도 있었고 공장 내부 공간도 꽤 넓었다.



문을 열자마자 오래된 기계들과 소품들이 전시품처럼 전시되어있었고 돌로 된 바닥과 벽들에는 사이사이 초록의 식물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화분에서 자라는 것이 아닌 정말 땅에서 자라나는 모습을 실내에서 본다는 기분은 참으로 새로웠다. 듬성듬성한 조명으로 낮임에도 밝지 않은 내부 모습이었다. 천장 일부를 빛이 들어오는 소재로 바꾸어 햇살이 중간중간 쏟아지는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마치 깜깜한 동굴에 사이사이 빛이 들어오는 느낌이랄까. 



직원은 4명 정도 되었고 음료에 대한 질문에도 친절히 답해주었다. 우리는 한라봉 주스와 핸드드립을 시켰는데 커피 종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나는 커피를 즐기지만 커피를 잘 모르는 사람이다. 하지만 좋지 않은 것은 몰라도 알 수 있는 법이다. 핸드드립은 선택한 원두의 본연의 맛을 그대로 표현하였고 한라봉 역시 설탕이나 꿀과 같은 다른 첨가물 없이 온전히 한라봉으로 만든 느낌이었다. 이러한 음료의 맛은 앤트러사이트의 자연 그대로의 공간과도 잘 어울렸다. 보통 오래된 공장을 활용한다고 하면 틀만 놔두고 다 밀어버리거나 아니면 일부의 것들만 놔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은 달랐다. 과거의 전분공장을 그대로 두고 그와 어울리는 가구를 배치하고 그 동선에 맞게 카페를 구성하였다. 



그래서 카페에 들어오면서부터는 말을 점점 없어졌다. 이 공간이 주는 힘에 압도된 느낌이었고 이를 잘 표현하고 싶은데 정말 표현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오히려 말을 줄이게 되었다. 그런 곳이었다. 앤트러사이트는. 시간의 손때가 묻은 공간은 이런 느낌을 주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러한 오래된 공간을 잘 활용하는 브랜드가 많아지길 바라고 그런 곳들을 찾게 되는 거 같다. 참고로 합정점의 앤트러사이트, 계동의 젠틀몬스터 bathhouse, 이태원의 콘크리트 스튜디오 등도 낡은 공간을 아주 잘 활용한 예이다. 먼 제주에 가기 힘들다면 이런 곳들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제주 서쪽을 3박 4일 여행하면서 나는 매 끼니 다 사 먹고 즐겼으니 수많은 브랜드를 방문했을 것이다. 그 수많은 브랜드들 중 나에게 좋은 경험을 준 곳은 위 3군데였다. 많은 브랜드들은 고객들의 기억에 각인되길 바라고 또다시 찾아주길 바란다. 그러나 나 역시도 3박 4일 여행에서 단 3군데에서만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고 또 가기로 결심을 한다. 


그래서 "브랜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가격을 낮추기보다 인테리어만 일부 바꾼다고 고객이 찾는 것은 아니다. 그만의 색깔이 작은 티슈, 음식, 입구에서부터 느껴지고 일관된 메시지와 이미지를 보여주는 곳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고객이 다시 찾게 된다. 제품 혹은 서비스의 품질 향상과 더불어 브랜딩을 함께 신경 써야 그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객이 이용하게 되는 것이다. 


여행을 다니며 다시 한번 브랜딩의 중요성을 느끼고 배웠다. 앞으로도 내가 가는 어느 곳에서든 나는 이러한 관점으로 식당, 카페, IT기업, 서비스 기업 등을 바라보고 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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