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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슬기 Oct 07. 2017

가족이 그대를 힘들게 할 때

[책] 가족의 두 얼굴_최광현


항상 행복한 가족이 있을까?

삶이 매일 즐겁지 않듯이 가족이 함께 있다고 해서 항상 좋은 건 아니다.


가족과 다툴 때, 가족이 이해가지 않을 때

이 상황을, 가족을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을 읽었다.

                                                                                                

심리학은 어린 시절의 경험이 미래의 삶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책] 가족의 두 얼굴 中


심리대학원 교수이자 트라우마 가족치료 연구소장인 저자는 심리학을 위와 같이 정의했다.

그래서 그런지 가족 심리에 대한 이야기를 어린 시절의 경험과 더불어 풀어냈다.





어릴 적 가족과의 관계가 중요한 이유

                                                   

                  

자기애는 유아기 부모에 의해, 특히 어머니를 통해 형성된다. 심리학에서 태어나서 3년 동안 아기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 엄마라고 한다. 이 시기에 엄마와 애착이 형성되지 않으면 훗날 어떤 사람에 의해서도 그 결핍은 채워지지 않는다.

첫돌에서 네 살 까지 아이들은 상처에 극도로 취약하다. 이 시기에 부모로부터 받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관심은 건강한 자기애를 발전시킨다. 부모에게 충분히 사랑받고 세심하게 돌봄을 받은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기애가 형성된다.

[책] 가족의 두 얼굴 中                                                  



2살 때 기억이 떠오르지 않지만, 나의 자아, 성격 특히 자기애가 이 시기 부모와 관계 속에서 생겨난다고 한다. 이 시기 결핍되었던 것은 훗날 어떤 사람에 의해서도 채워지지 않는다고 하니 다소 무섭기도 하다.

그만큼 어릴 적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가족은 우리가 태어나 처음으로 관계를 맺는 곳이다. 우리가 가족 안에서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감정을 경험하였는가는 평생 동안 간직될 감정의 채널을 고정시키게 만든다. 어린 시절 경험한 외로움이 평생 지속되는 이유이다.

[책] 가족의 두 얼굴 中                                                  



어릴 적 가족과의 관계가 정말 중요한 이유는 최초로 관계를 맺는 가족 안에서 느낀 경험과 감정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어릴 적 가족과 함께 즐거운 경험이 많았다면 그 즐거움을 누구보다 잘 느낀다는 것이다. 같은 상황을 보고 사람마다 다 생각이 다른 것도 어릴 적 경험이 크게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가족 중에서 가장 약한 존재,
가족 희생양



가족 희생양은 가족 중 한 사람의 희생으로 가족 구성원 전체가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을 일컫는다. 가족 희생양의 원인은 대체로 부부 갈등이다. 일반적으로 부부 갈등의 회피 수단으로 희생양이 만들어진다.   

보웬은 부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자녀를 끌어들이는 부부는 자아 분화가 낮은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삼각관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안이다. 불안이 심할수록 사람들은 삼각관계를 통해 대처하려고 한다. 사이가 좋지 않은 부부는 흔히 자녀를 끌어들여 삼각관계를 형성하지만 자녀가 아닌 제 3자가 선택되기도 한다.

삼각관계 속에서 자녀는 부모의 대리 배우자 역할을 맡게 되기도 한다. 부부간에 갈등이 발생하고 분노, 원망, 우울 등을 느끼면서 부부는 자녀를 배우자의 자리에 세우고 배우자를 대신해서 위로를 받으려 한다. 자녀를 통해서 일시적인 위로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나 그 대신 자녀는 다시 돌아오기 힘든 강을 건널 수도 있다.

 삼각관계에 편입되면 자녀는 더 이상 자녀로서 존재하기보다 부부 갈등을 담당하는 한 축이 되고 정서적 불안 상태에 놓인다.  삼각관계에 희생양이 된 자녀들은 성장하면서 자신의 가족을 지긋지긋하게 생각하고 어떻게든 가족을 떠나려는 경향이 있다. 일종의 정서적 단절을 시도하는 것이다. 유학, 이미, 조기 결혼을 서두르는 자녀들 가운에 이런 정서를 갖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책] 가족의 두 얼굴 中



자아 분화란 Bowen(1976)이 가족체계 이론에서 제시한 중심개념으로 자아 분화의 정도는 개인의 정서적 성숙도를 나타낸다고 한다. 이에 자아 분화 수준이 낮은 사람들은 감정의 세계에 쉽게 빠져들거나 정서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한다.


자아 분화가 낮은 부부는 갈등이 생기면 그 갈등 속에 누군가를 개입시키는 삼각관계를 형성하려고 한다. 삼각관계로 엮이는 희생양이 되는 자녀는 부모의 고통과 고민을 재빨리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하고 죄책감을 과도하게 갖고, 겁이 많고 조화를 갈구하는 아이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무의식적으로 부모에 의해 흘러가는 상황 속에서 아이는 부모의 갈등에 개입하게 되고 그때 자녀는 더 이상 자녀로서 존재하지 못하게 되면 불안함을 느낄 것이다.





가족의 악순환



자식을 힘들게 하고 싶은 부모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이 자녀가 가족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는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부모는 왜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일까?



첫째는 부모의 어릴 적 환경 때문이다.

                                       

가족을 마음대로 부려먹으려 하고, 자신의 욕구대로 조종하고, 쉽게 짜증을 내고, 꾸짖으며, 무시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조차도 처음부터 그런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들은 왜 자신도 모르게 배우자와 아이들에게 함부로 행동하고, 상처를 주는가? 자신도 어린 시절에 그렇게 당하면서 자랐기 때문이다. 가족의 위기와 문제는 그 가족의 한계를 보여 주는 것이다. 가족의 한계는 바로 태어나고 자란 가족의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책] 가족의 두 얼굴 中                                           


자식을 힘들게 하는 부모 역시 그러한 환경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그런 행동을 행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애정을 쏟지 않는 부모 아래에서 성장했던 사람이 부모가 되었을 때 자식에게 온전한 사랑을 줄 수 없는 것이다.


결국 부모의 잘못이 아니고 부모 역시 과거 원가족에서 희생양으로 자라왔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건강한 가족이 되기 위해서는 어릴 적 가족과의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대목이다.



둘째는 가족 속에서 유기적으로 일어나는 상호작용 때문이다.


책에 나온 한 사례를 들어보자.


그날따라 김 대리의 귀갓길 발걸음은 무거웠다. 회사에서 직장 상사로부터 호되게 야단을 맞았기 때문이다. 평상시에는 밝게 들어오던 김 대리였지만 그날은 어둡고 우울한 표정으로 아무런 말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남편 모습을 본 아내는 순간 '무슨 일이 있나?' 생각하며 마음이 불편해졌다. 저녁을 차리고 식사하는 동안 아내는 이런저런 말을 걸면서 분위기를 돌리려 애를 쓰지만 여전히 남편은 굳은 인상으로 묵묵히 식사만 하였다. 설거지를 하려다 아내가 참았던 감정을 터뜨렸다.
  "여보, 도대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나한테 말 좀 해줘!"
아내의 말에 남편 역시 화가 치밀어 오른다.
  "무슨 일이 있기는, 그리고 밥 먹을 때 아무 말 안 한다고 왜 신경질이야, 나는 조용히 먹지도 못해!"
김 대리의 응수에 아내도 발끈하여 대응을 한다. 한참을 옥신각신 언쟁을 벌이다가 서로의 감정이 해소되지 않은 채 싸움을 멈추었다.
험악해지는 분위기를 느낀 첫째는 슬금슬금 자기 방으로 들어갔지만, 둘째는 눈치 없이 계속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막 싸움을 끝낸 아내의 눈에 둘째의 모습이 밉상스럽다.
  "너 지금 숙제는 하고 노는 거야?"
엄마의 말에 둘째는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이거만 보고 할 거야."
말대답에 엄마는 더욱 신경질적이 된다.
  "숙제도 안 하고 뭐 하는 거야! 넌 왜 맨날 그 모양이니?"
둘째는 엄마가 아빠 때문에 괜히 자신을 혼낸다고 느껴져 화가 난다.

[책] 가족의 두 얼굴 中


가족은 한 공간에 함께 살며 모두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다. 이에 회사에서 힘들었던 김 대리는 아내에게 영향을 주며 부부 다툼은 아이들에게 전달되고, 둘째는 혼나게 된다. 외부 스트레스를 받은 김대리로 시작해 아내, 자식들까지 외부 스트레스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래서 더욱 가족의 문제는 어렵고 복잡한 것 같다. 가족의 문제는 누구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서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 속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어릴 적 가족과 좋은 추억이 없어도,

부모가 사랑을 받은 적이 없어도

우리는 서로에게 미운 마음을 없애고 싶고 가족끼리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지금 노력한다면 내일을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내면 아이와 대화하는 글쓰기


내면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효율적인 방법은 글쓰기이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다 보면 내면 아이와 현재의 나 사이의 분화가 잘 안될 수가 있는데, 글로 정리해 보면 두 주체의 차이점을 더 명징하게 드러낼 수 있다. 성인이 된 내가 묻고 과거의 상처받은 아이가 대답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성인은 아이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해결되지 못한 욕구와 감정을 있는 그대로 공감하게 된다.

[책] 가족의 두 얼굴 中


무언가를 결정해야 하는데 선택을 못할 때

힘든 일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힘들 때

나는 블로그에 혼자만 보기로 글을 쓴다.


그 상황을 생각나는 대로 적고

나의 생각과 느낌도 적는다.


머릿속으로 생각할 때보다 내가 원하는 것이 더욱 뚜렷하게 정리될 때가 있다.

글로 상황을 다시 보게 되어 객관화가 되어 감정이 누그러질 때도 있다.

어느 날은 그렇게 글만 적었는데 나의 고민을 그곳에 묻어둔 것처럼 마음이 한결 나아질 때도 있었다.

글쓰기가 나의 내면을 살펴보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진정한 대화, 소통

                                                              

아버지는 내가 어린아이였을 때나 힘들게 지낸 사춘기 시절에도 여전히 나를 사랑하셨다. 하지만 나는 너무나 오랫동안 아버지가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한 번도 표현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내가 경험한 아픔은 사랑과 애정의 결핍이 아닌 소통의 문제였다.

[책] 가족의 두 얼굴 中                                                  


이 일화는 저자의 이야기다.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어릴 적, 사춘기 때 참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군대 들어간 시점, 저 뒤에서 펑펑 우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한 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저자를 사랑했지만, 표현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자가 힘들었던 것이다.


부모는 항상 자식을 사랑하고 자기 목숨보다 아낀다고 하지만

표현해주지 않고 그것을 알 수 있는 자식을 없을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내 맘을 알아주겠지..'라는 소극적인 바람에 가족이 힘들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문화에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힘들다.

그래도 좋은 건 좋다, 싫은 건 싫다 표현하고

또 그 표현을 존중해준다면 서로를 오해하고 속앓이 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지금까지 여러 가족을 상담해 왔지만 정작 나조차도 행복한 가족을 만들고 있지 못하다.
매일 노력하고 애쓰는 중이다.                                                   


심리대학원 교수, 가족치료 연구소장인 저자도 참 힘들어하는 것이 행복한 가족이라고 한다.

이런 문구를 적어준 저자에게 감사한 말은 전하고 싶다.


책을 읽으며 왜 나는 이런 가족이 되지 못할까, 우리 가족은 왜 이런 가족이 아닐까 속상했다.

여전히 속상하지만, 그래도 저 말 덕분에 조금의 위안을 얻었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것이라고 말해주기에.



좋은 책을 써준 최광현 교수님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 이러한 책을 계속 내주어서 책을 통해 나를, 가족을 조금이나마 더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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