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21일부터 하루의 기록을 수첩에 적고 있다.
새해가 다가오니 다이어리를 써보겠다는 마음은 아니었다.
나는 한 번도 다이어리를 써보겠다고 마음먹은 적은 없다. 물론 그래서 쓴 적도 없다.
작은 스케줄러에 나의 할 일들만 빼곡히 채워놓고 '했다'는 의미의 체크만 했을 뿐이다.
어느 날 한 팟캐스트를 듣는데, 매일 자신의 하루를 그림일기로 그려온 수첩에 관한 대화가 흘러나왔다.
수첩을 잠시 봐도 되겠냐면 열어본 진행자는 와-하며 감탄을 연발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이는 한 권의 책과 같다고도 말했다. 그러자 그림일기를 쓰던 작가가 이렇게 말했던 거 같다.
"특별한 일이 있어서 쓰는 것이 아니고 쓰다 보니 특별해진 거 같다."
나는 이 말에 이끌려 다음날로 나의 하루를 기록할 수첩과 메모지, 검은 펜을 샀다. 잠자리에서 하루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항상 한 게 없는 하루를 보낸 기분이었다. 그래서 우울해지고 감정의 깊은 골까지 빠지곤 했다. 작가님의 말처럼 나도 하루를 기록하다 보면 그 속에 내가 놓친 감정과 스스로 해낸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못생긴 내 글씨에도 정을 붙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 계속 하루를 기록하고 있다. 거창하게 일기 혹은 다이어리라고 하면 안 쓰게 될까 봐 그냥 생각나는 것들을 끄적이는 기록이라고 말하고 있다. 근데 이 기록해보니 좋다. 짧은 생각을 깊게 해볼 수도 있고 일상의 소소한 보람이나 만족을 기록함으로써 더욱 뚜렷하게 기억되었다. 이는 나의 하루 그리고 그 내일을 살아가는데 꽤 힘이 되고 있다. 왜 이제야 했을까 싶을 정도다. 오늘 이 글을 쓴 것도 기록해야겠다. 하루 기록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 더욱 기억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