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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소한

인생의 오늘, 12월 5일

마스다 미리의 책 ‘오늘의 인생’ 패러디

by 홍슬기


#1

오랜만에 미용실에 갔다.

3시로 예약해서 갔는데, 이전 손님 때문에 15분을 멍하니 기다렸다. 그럴 수 있다 생각했다.

근데 미용 가운을 입혀주며 미용사님이 이렇게 말했다.

“머리숱이 정말 많으시네요.”

이 말을 순식간에 세 번이나 말했다.

네.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이 머리숱으로 평생을 살았는걸요.


#2

커트가 거의 마무리되고 미용사님이 드라이를 해주셨다. 그리고 고데기를 들고 내 머리끝을 구불구불하게 해주셨다. 구불구불한 머리끝을 좋아하지 않는데요. 끝까지 신경 써주시는 미용사님 모습에 차마 말하지 못했다.



#3

친구들과 연말 약속을 잡고 있었다.

친구 회사와 가까운 쪽에서 만나는 게 더 오래 볼 수 있을 거 같아서 나는 시간 부자니까 내가 그쪽으로 가겠다고 했다. 그리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내 마음은 부자가 아니구나.'

생각한 인생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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