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당신이라는 안정제_김동영, 김병수
이 책이 처음 나올 때부터 알고 있었다. 김동영 작가의 책을 꽤 좋아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인지 바로 사서 읽지 않았다. 김동영 작가만의 에세이길 바랬는데, 공동작가로 집필된 이 책이 괜찮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던거 같다.
그러고 한참 후 나는 집 근처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도서관에서는 신간을 찾기 힘들고, 내가 아는 책을 찾기도 어렵다. 그래서 이 책을 보자 낯선 곳에서 아는 사람을 만난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어? 나 이 책 알아!' 하는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빌려왔다.
이 책을 보며 나는 2번의 충격을 받았다.
첫 번째는 내가 김동영 작가를 좋아하게 만든 책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에서 기록된 여행을 하며 많이 아팠다는 것이다. 그 여행 에세이는 뭔가 여행의 로망보다는 현실적인 상황, 약간의 찌질함 그래도 희망적인 내용들이 꿈틀거리는 책이었다. 에세이였지만, 글귀마다 공감을 많이 하면서 수많은 포스트잇을 붙여놓았던 책이었다.
근데 작가는 그 상황에서 너무나 아팠다고 한다. 김동영 작가는 공황장애가 있다. 근데 그 당시에 자신도 몰랐던 거 같다. 그 모습이 너무 상세해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저 상황에서도 여행을 해나가고, 무언가를 경험하고, 기록을 했다고 생각하니 할 말을 잃었다.
두 번째는 나의 한계를 발견한 부분이었다. 내 주변에는 정신과 치료 혹은 심리상담을 받은 사람들이 있었고 나 역시 심리상담을 받은 경험이 있다. 마음을 치료하는 것이 이상하지도, 거부감이 들지도 않았다. 오히려 치료가 필요한 사람에게 권유를 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전문가를 만나고 꾸준히 관리한다면 괜찮을 거라고 쉽게 생각한 나의 한계를 알게 되었다.
약물을 꾸준히 먹어도 차도가 없을 수 있는 것인데, 약물만이 정답이 아니고 심리상담을 받아야 하거나,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할 수도 있는 것인데, 사실 이렇게 모든 방법을 다 써도 나아지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것이었다. 그 노력만큼 또 많은 시간이 있어야 했다. 나는 그것을 안다고 생각했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과정 속에서 주변인이 된 내가 어떻게 그들을 대해야 할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생각을 하게한 구절이 있다.
그때 난 오랜만에 평온함을 느꼈다. 가끔 이럴 때가 있다. 아무리 잘 드는 약을 먹는 것보다 누군가의 애정 어린 말 한마디나 따스한 손길이 부자연스럽게 부들거리는 내 마음을 진정시키는 때가.
- 당신이라는 안정제 中
마음이 아픈 이 곁에서 내가 도움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만능 같아 보였던 약보다 나의 말 한마디, 나의 손길 하나가 아픈 이의 마음을 나아지게 할 수 있다는 부분에 많은 반성을 했다.
이 책이 마음 아픈 사람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그냥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다. 책을 읽으며 일상에서 힘을 얻은 글귀가 많았고 그래서 힘든 날이면 이 책을 들고 다시 처음부터 읽곤 했다. 그렇게 나는 이 책을 3번 정도 읽은 거 같다. 그리고 떠올랐던 내 주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선물했다. 겪어보지 않은 내가 진심으로 공감하고 위로해주기는 힘들었지만, 이 책은 힘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너무나 갑작스럽게 준 책이었지만, 부끄럽더라도 그렇게 내 마음을 전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이런 마음을 들게 한 이 책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이 책에 관한 글을 꼭 남기고 싶었다. 여러 권의 책을 읽지만 이렇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고 생각나는 책을 만나기는 참 힘드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