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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소한

지하철 변태

by 홍슬기


지하철에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변태도 많다.


10시 가까이 되는 시간까지 야근을 하고 2호선 지하철을 탔다. 평일 밤의 강남역은 공기반 사람반이다. 그리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도 많다. 안 그래도 답답한 전철은 술냄새로 자욱하다.


그래도 어쩔 수 있나, 나는 야근을 해야했고 그 시간에 집에 가야했다. 사람들이 떠밀려 계속 지하철을 탔고 내 바로 뒤에 술에 취한 사람이 있었다. 사람이 많고, 술에 취했다지만 너무 부딪쳐서 그 사람을 몇번 쳐다봤다.


그 시선을 느낀 그 중년 남성은 혼자말을 중얼거렸다. "너가 싫은만큼 나도 싫어." 그렇다. 내가 들으라고 하는 말이다. 그 말을 계속 중얼거리는데 기분이 너무 나빠서 그냥 내렸다가 더 늦게 가야겠다는 마음으로 자리를 비켜섰다.


내리려고 그 사람 뒤로 가는 찰나,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내 엉덩이로 뭔가 스친 거 같은데 이 불쾌한 기분. 내 시선에 포착된 그 사람의 손. 그 사람은 등을 돌리고 서서는 손이 내 쪽으로 향해 있었다. 너무나 불쾌했지만 또 긴가민가했다. 그래도 짜증과 열받음이 밀려와 계속 그 사람을 쳐다봤다. 그러니 그 사람 자기 앞에 있는 또 다른 여성에게 가까이 붙어서 이상한 짓을 하려했다. 한마디로 변태새끼였다. 처자식도 있어보이던 그 남자는 쓰레기였다.


진짜 오늘만 잘 살아보자 다짐한 날, 이건 또 무슨 일인지 답답하고 화가 났다. 일단 이 답답한 지하철부터 내려야했다. 사당역에 다와가던 전철에서 내리려는데 한 남성이 그 쓰레기에게 소리쳤다.


"왜 만지세요?!"

"제가 다 봤어요! 이분 만지셨잖아요!"

"그렇죠? 이분이 손으로 만졌죠?"


너무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 내가 더 당황했지만 그 사람 말에 나는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저분이 손을 뒤로 내미셨어요!"


근데 그 쓰레기는 정말 자신이 세상 제일 쓰레기라는 듯 내가 뭘 했냐고 이미 벌건 얼굴을 더 울그락 불그락 하는게 아닌가.


참 한숨이 나오는 상황,

그래도 그 남성은 지지 않았다.


"제가 아까부터 뒤에서 다 봤어요!"

"지금 앞에 여자분한테도 그럴려고 했잖아요!"

"경찰서 가실래요?"

"(나에게)경찰서 가실래요?"


순식간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 쓰레기는 경찰서 가서도 소란을 피울거고,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도 모를거고, 경찰은 술을 먹었다는 이유는 죄를 감해줄거고, 나보고 합의하라고 할 상황이 너무나 빠르게 그려졌다.


나 대신 화를 내준 그분에게 감사했고, 경찰서까지 가서 그분에게 신세를 지는게 또 미안했다. 그래서 괜찮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하철을 나와서 내리며 그분에게 거듭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근데 지금까지 화가 나는거 보면 경찰서에 갔을껄 싶다. 그렇게 목격자가 나서는 상황이 쉽지도 않고, 피해자랑 목격자가 모두 있으니 그 사람은 술이 취했어도 엄청 불리할거다. 진짜 다음번은 없으면 좋겠지만, 이런 상황이 또 생긴다면 나는 경찰에 신고를 해야겠다. 나혼자서라도 신고를 해서 합의를 안해줄거다. 그런 쓰레기는 정말 세상에 없으면 좋겠다.


주변 사람에게 말하고 같이 화를 내고 욕도 했다. 다이어리에 한가득 마음을 썼다. 그래도 풀리지 않는 이 마음을 안아주기 위해 급히 핸드폰으로 이렇게 글을 쓴다.


"이제 괜찮아."

"나는 괜찮을거야."



정말로 내일은 내가 괜찮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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