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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소한

바스락 소리가 날 거 같은 친구의 뒷모습

by 홍슬기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친구를 만났다.

그런데 우리는 인사조차 나누지 못하고 헤어졌다.





정류장에서 버스가 들어오는데,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친구를 발견했다. 그래도 혹시나 잘못 봤나 하는 마음에 버스를 타서 바로 인사를 하지 못하고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서 그 사람을 관찰했다. 머리스타일이나 체구 등을 보아도 내가 아는 그 친구가 맞는 거 같았다. 그런데도 나는 그 친구에게 선뜻 말을 걸지 못했다.


우리가 처음 만난 거 고등학교 3학년 때이다. 함께 친하게 지내던 6명의 친구가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친한 친구 중 한 명이었다. 내가 재수를 하던 시절에도 도서관을 찾아와 응원을 해주던 친구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그 친했던 6명은 다 같이 만나기가 힘들었고 자연스레 그 친구와도 멀어졌다. 제일 최근에 만난 건 1년 전이었던 거 같다. 한때는 한 공간에서 1년 동안 서로의 힘이 돼준 사이였는데, 이제는 만나는 거 자체가 이벤트가 된 우리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어색했다. 내가 먼저 말을 거는 상상을 해보았는데, 미묘한 기운을 깨기 위해 여러 말을 쏟아내는 내가 보였다. 그 모습이 엄청 불편한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편한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또 말을 걸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스치듯 봤던 친구의 표정 때문이었다. 툭 치면 바스락 소리가 날 거 같은 모습이었다. 바싹 마른 낙엽같이 수분이 없는 표정이었다. 낙엽 같은 친구에게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뻐근한 눈으로 저녁도 제대로 먹지 못한 내가 그 친구에게 반가움이라도 줄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너도 많이 힘들구나' 하는 마음으로 친구의 뒷모습만 그렇게 바라보았다.




친구야,
2년 넘게 준비하던 것은 빛을 보았니?
아니면 새롭게 공부를 하던 것은 잘되었니?
물어보면 나처럼 아니라고 할까 봐 겁이 났어.
말을 걸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반가운 인사를 전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내가 기운이 넘치는 어느 날,
다시 한번 나타나 줘.
그때는 밝게 웃으며 너스레 떨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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