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퇴근하는 길이었다. 집 근처 지하철 역을 나와 걸어가고 있었다. 아파트 단지 쪽으로 가다가 한 여자아이와 엄마와 마주쳤다.
그 여자아이는 4살 혹은 5살쯤 되었을까
머리를 양갈래로 묶어서 더욱 귀여워 보이는 아이.
그 옆에 엄마로 보이는 사람은 정장 차림이었다.
한쪽 어깨에는 자신의 가방을, 다른 쪽 어깨에는 아이의 유치원 가방을 메고 아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
엄마는 다소 지친 모습이었지만, 아이와 함께 있어서 편안해 보였다.
나와 스치듯 지나가는 순간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 보고 싶었어요!"
엄마 손을 놓지 않으며 깡충깡충 뛰면서 두 번을 말했다.
"엄마! 정말 보고 싶었어요! 보고 싶었어요!"
그 뒤로 몇 번을 그 아이가 그렇게 외쳤는지 모르겠다.
아마 그 후로도 여러 번을 더 말하지 않았을까.
아침에 헤어지고 저녁에 만나는 엄마였지만, 아이는 엄마가 참 많이 보고 싶었나 보다.
그 모습에 마음이 뭉클했다.
내 뒤로 걸어가는 아이를 보며 '나도 저런 때가 있었을까?' 싶었다.
#2
같은 날, 집으로 가는 신호등 앞에 서있었다.
내 옆에 어떤 아주머니가 서더니 맞은편에 누군가를 보고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너무 먼 신호등이라 불러도 들리지 않을 텐데, 지척에 있는 것처럼 손을 흔들고 이름을 불렀다.
"다롱아~ 안녕 할머니 여기 있어~"
그 시선을 따라보니 딸로 보이는 여자와 그 품에 안긴 강아지가 있었다.
다롱이는 그 강아지의 이름 같았다.
다롱이는 전혀 모르는 눈치로 멀뚱멀뚱 있는데 멀리서 그렇게 다롱이를 반기고 있었다.
그러고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고 그 아주머니는 가면서도 다롱이를 불렀다.
그렇게 밝은 미소로 달려가 둘은 만났다.
다롱이는 바로 앞에 온 그 아주머니를 발견하고는 온몸을 흔들며 반겼다.
꼬리도 빠르게 살랑살랑하면서 그 아주머니 주변을 맴돌았다.
"할머니가 다롱이 좋아하는 닭고기 가져왔는데~할머니 보고 싶었어?"
한껏 상기된 목소리로, 몸짓으로 서로를 반기고 있었다.
하루에 한 번쯤 이런 순간이 있다면 모든 것이 눈 녹듯 사라질 거다.
하루 동안 견딘 삶의 무게와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거다.
이런 순간이 있다면,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마음 깊숙이 들어와 나를 괴롭히지 못할 것이다.
엄마를 바라보는 아이의 순수함
주인만을 기다리는 반려견의 순수함
그 순수한 마음을 온전히 느끼는 사람의 순수함
내가 찾고 있는 게 이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순수한 누군가가 있는지 찾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그들에게 순수한 마음을 주었는지, 누군가의 순수한 마음을 받은 적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우리 모두에겐 각자의 순수한 존재가 있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 순수함으로 일상을 견디는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