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사소한

누가 그대를 그렇게 아프게 하는가

by 홍슬기

2박3일 짧은 전주여행을 가려고 무거운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다. 유난히 화창한 햇살에 따뜻한 봄을 정말 오랜만에 느꼈다. 바람도 살랑살랑, 햇살에 비친 나무잎이 그림자가 참 아름다웠다.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러다 어디서 소리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이 뛰면서 내는 소리인가 했는데
어느 여자의 목소리였다.
울음 섞인 한 맺힌 목소리였다.


그 여자는 소리치며 욕을 했다.
우리 집 옆옆 동 아파트 안에서 베란다 창문을 열고 소리치는거 같았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저사람은 왜저렇게 불행할까? 저 여자에게 무슨 일이 있는걸까? 왜 이렇게 아파하는걸까.


그 욕하는 대상이 타인인거 같기도 또는 자기 자신 같기도 했다. 그래서 마음이 아팠다. 여행가는 날, 좋은 날씨에 밝아졌던 내 마음은 금세 흐려졌다.


사람들이 사는게 정말 다 힘들지만, 너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불행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베란다 창차 밖으로 쏟아낸 그 목소리로 그 여자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길 바란다. 내가 서울로 올라가 그 길을 지나갈때는 그 여자의 마음이 괜찮아지길 간절히 바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푸르름이 주는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