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 짧은 전주여행을 가려고 무거운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다. 유난히 화창한 햇살에 따뜻한 봄을 정말 오랜만에 느꼈다. 바람도 살랑살랑, 햇살에 비친 나무잎이 그림자가 참 아름다웠다.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러다 어디서 소리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이 뛰면서 내는 소리인가 했는데
어느 여자의 목소리였다.
울음 섞인 한 맺힌 목소리였다.
그 여자는 소리치며 욕을 했다.
우리 집 옆옆 동 아파트 안에서 베란다 창문을 열고 소리치는거 같았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저사람은 왜저렇게 불행할까? 저 여자에게 무슨 일이 있는걸까? 왜 이렇게 아파하는걸까.
그 욕하는 대상이 타인인거 같기도 또는 자기 자신 같기도 했다. 그래서 마음이 아팠다. 여행가는 날, 좋은 날씨에 밝아졌던 내 마음은 금세 흐려졌다.
사람들이 사는게 정말 다 힘들지만, 너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불행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베란다 창차 밖으로 쏟아낸 그 목소리로 그 여자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길 바란다. 내가 서울로 올라가 그 길을 지나갈때는 그 여자의 마음이 괜찮아지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