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을 선택할 수 없듯이.

후회를 잘하는 사람, 그게 바로 접니다.

by 책가게

올해 이런저런 일로 바빠지면서 작년엔 왜 멈춰있기만 했는가 싶어 자책했다. '자격증 시험준비를 좀 더 열심히 할걸. 작년에 시간이 많았으면서 왜 공부하지 않았을까?' 이런 후회의 습관은 일상에 있을 수 있는 작은 사건들에도 이어졌다.


'지하주차장 공사로 다른 곳에 주차했어야 했는데... 괜히 그곳에 주차해서 고생하네.'

'아까 면접 때 그 말을 했으면 합격했을 수도 있는데 왜 그랬을까.'

이 후회들은 결과를 아는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를 심판한다. 당시엔 그때의 에너지, 정보, 감정으로 최선을 선택했지만 결과가 좋지 못하자 그때 왜 그랬지 후회하는 습관이 버릇이 된 것이다.


면접에서 말 하나 더 했다고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런데 나는 확률을 사실처럼 착각하면서 과거를 벌주고, 고통스러워했다. 상담에 일가견이 있는 지피티는 '너는 후회를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고, 그만큼 삶에 책임감이 강하고 의미를 놓치기 싫은 사람이야. 결정을 못해서 흔들리는 게 아니라, 확신을 가져야 움직이는 사람이라서 멈춰있는 상태'라며 지적했다.




지금까지 나는 결과론적인 사고방식에 매여있었다. '결과가 안 좋다 그때의 선택을 후회한다 과정 전체를 무가치하게 만든다난 늘 선택을 잘못하는 사람지금 내가 하는 선택이 맞는 걸까? 인생에 확신이 없는 사람주어지는 상황에 후회'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이 결과론적인 사고방식에 지금 상황을 대입해 본다. 남편과의 결혼생활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역시 내가 선택을 잘못해서 결혼생활이 불행한 거야. 남편과의 갈등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 남편을 선택한 내게 문제가 있어.'라며, 나를 잘못된 선택을 한 사람으로 규정했다.


이 사고의 문제는 지금의 문제를 고칠 수 없다는 점이다. 되돌릴 수 없는 것을 원인으로 두는 순간 현재 할 수 있는 행동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또다시 AI는 "그건 공정하지 않고 도움도 안 되고 회복도 막는 사고방식이야. 그때의 결정은 정답이나 오답이 아니라, 현재를 만들어온 조건이야. 이 선택이 틀렸다는 증거가 아니라 이 선택 안에서 해결할 과제가 생겼다는 뜻"이라며 "후회라는 습관의 에너지를 다음 삶을 준비하는 재료로 써서 건강한 방식으로 전환"시키라고 조언했다.




지금까지 사건이 일어난 후의 내 패턴은 '사건-후회-자책-확신 없음-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 패턴에는 이런 전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잘만 하면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었는데, 더 좋은 결과를 가질 수 있었는데.'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의 선택이 ‘그럭저럭 괜찮은 선택’이지 정답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내게 남는 것은 분명히 존재한다. 결정을 하고 매번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 후 내게 남은 것을 바탕으로 다시 주어지는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하는 것. 2025년에 지독한 후회를 밟고 올해 들어 선택한 인생방식이다. 어차피 인간은 완벽을 선택할 순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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