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컥 겁이 났다. 시간이 너무나 빠르게 흘러서 깜짝 놀란 만큼.
무섭다. 이대로 나이 들어버릴까 봐. 지금처럼 계속해서 볼품없는 어른이 될까 봐.
두렵다. 과거를 그리워하듯이 미래에도 우물쭈물하고 있는 현재를 후회할 것 같아서.
초조하다.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속절없이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 것 같아서.
불안하다. 아직도 확신이 없어 인생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나 자신이.
몇 년 동안 나는 남편을 싫어하는 힘으로 살았다. 미워하고, 원망하고, 후회하고, 분노하고, 좌절하면서. 그 힘으로 나를 계속 불행에 빠뜨렸다. 하루 종일 불행하다는 생각만 했고, 만나는 사람마다 내 '불행'을 증명했다. 내가 이렇게 살게 된 데에는 그 사람 때문이니, 내 마음을 헤아려 달라고 절규했다. 올해 가장 많이 한 일은 '상담'이었다.
마지막 상담사는 그를 사랑하느냐고 물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가 잘못되길 바라는데. 그런데 머릿속엔 온통 그 사람 생각만 하고 있네요. 하루 종일 그 사람을 생각하느라 내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인생에서 그가 중요하냐고 했다. 내가 싫어하는 것도, 그를 놓아주는 것도 내 의지라는 것도 알았다. 내가 통제적이라는 것도, 예민하다는 것도 인정해야만 했다.
예민한 사람일수록 싫어하는 것이 많다.
우리가 천성적으로 부여받은 예민함은 좋은 것, 아름다운 것을 발견하는 능력이어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자신을 정의하자.
우리의 에너지는 우리가 집중하는 곳으로 흐른다.
어떤 단어에 힘을 실으면 생각의 에너지가 그곳으로 모인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말하는 순간,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주위로 끌어당긴다.
원하는 것을 말하는 순간, 원하는 그것을 자신에게 끌어당기기 시작한다.
- 류시화,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나는 지금을 잘 보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싫어하는 것을 생각하며 나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는가? 오 년 후, 십 년 후 지금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금을 다시 돌아가고픈 현재로 그리워하진 않을까.
지금까지 나는 과거를 후회하며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되뇌며 후회하면서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나는 지금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떻게 살면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좋아하는 일을 언젠가 꼭 할 테야. 다짐하지만 평생 완벽한 순간만을 기다리다가 이대로 늙어 죽을 것 같았다. 완벽한 순간이 있긴 한 걸까? '언젠가'라는 말속에 숨은 허상을 알아챈다면 그때는 평생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내 감정에 확신이 없던 나는 인생에도 자기 확신과 신뢰가 부족했다. 내가 선택한 일이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렇게 하지 말걸'하는 후회로 자책했다. 막연히 불안했고, 매일 잠들지 못하는 밤이 길어질수록, 연말이 되어 캐럴이 들릴수록 되묻는다. 앞으로 남은 인생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지피티는 내게 조언했다. 후회하지 않기 위한 완벽함을 목표로 하지 말라고. 지금-여기에 집중해서 현재 하고 있는 행동 하나하나에 집중하라고. 작은 목표를 세워서 후회 없는 시간을 조금씩 쌓으라고. 후회 없는 삶은 현재의 충실함에서 시작된다고. 싫어하는 것으로 현재를 망치지 말라고.
나이 들어서 후회하기 전에 내가 원하던 꿈을 더 이상 미루지 않기로 했다. 이대로라면 미래에도 현재를 그리워하고 후회할 것 같다. 완벽한 때를 기다리며 미루고만 있던 내 꿈에 다가선다. 오늘 해야 할 조각행동을 쌓기로 한다. 당신도 꿈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