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린저 Jul 01. 2021

처음과 낯섦

나의 열정 넘치던 첫 마음은 어디로 갔을까

'처음'은 새로움과 설렘을 간직하지만 가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을 포함한다. 어느새 7년 차 직장인이다. 7월 7일이면 입사한 지 딱 7주년이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합격통지서를 받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근무를 시작하던 '처음'을 떠올리곤 한다. 오늘 아침 필기 합격 소식과 함께 다음 주 예정된 신규직원 채용 면접을 고민하는 후배의 연락을 받았다. 주섬주섬, 케케묵은 면접자료를 갈무리하여 전달하면서 슬쩍-읽어보았다. 회사 전반에 대한 요약과 앞으로의 방향을 나만의 언어로 작성한 7장 분량의 글에는 '처음'이라는 설렘과 열정이 녹아있었다. 자신감과 패기가 있었다. 나의 열정 넘치던 첫 마음은 어디로 갔을까 괜스레 울컥하다.


모두가 처음 살아보는 '낯섦'을 마주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낯선 것을 익숙하게 바꾸고 다시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꾸는 과정, 어찌 보면 살아가는 건 이 둘의 무한 반복이다. 길고 짧은 호흡의 차이는 있겠지만 처음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접한 모든 낯선 것들을 익숙한 일상으로 바꿔오며 살고 있다.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시험을 치고, 친구를 만나고 친했던 사이가 멀어지기도 하며, 적당한 나이에 취업을 하고 일을 한다. 때로는 누군가와 충돌하거나 순응하기도 하고, 적을 만들거나 스스로 그 적이 되기도 한다. 직장 생활을 하면 어떤 일은 해를 거듭하면서 반복하지만 대체로 그렇지 않은 일들이 나의 대부분을 구성한다. '일 년 정도 지나면 반복되는 업무가 많으니 익숙해질 거야' 선배들이 자주 하는 말이었다. 여전히 매번 새로운 사건이 등장하고 이를 해결하려고 애쓴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차츰 상황에 적응해나간다는 것이다. 나에게 처음은 낯섦과 설렘의 순간이다. 곧 낯섦도 곧 익숙해지겠지만 그럼에도 '처음'이라는 언제나 떨리는 그 순간을 기억하려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