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게는 이 세상에서 좁게는 이 집에서 나의 자리는 어디인가?
처음으로 내 방을 갖게 된 것은 초등학교 입학을 하면서부터다. 그 전까진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다보니 집이 곧 내 방이었다. 일곱 살 까지 차곡차곡 모은 용돈으로 방 안을 채우기 시작했다. 당시 유행한 6칸 높이 책장의 가운데와 서랍 위를 넓적한 판으로 덮는 책상과, 아이보리 색상의 침대와 옷장까지 배치한 나만의 공간이 만들어졌다. 방에서 무언갈 하는 시간이 행복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아늑한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면 별 모양 야광스티커가 반짝였다. 어느덧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면서 내 방은 점차 혼자만의 도피처가 되었다. 이십 대 중반, 최종 면접에서 불합격 소식을 듣고 조용히 방으로 들어왔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이틀 동안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나만의 공간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집에서 나의 자리는 두 평 남짓한 방을 벗어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집에서의 내 자리를 인식하는 일이다. 넓게는 이 세상에서 좁게는 이 집에서 나의 자리는 어디인가? 자기만의 공간을 소유한다는 것은 자기만의 시간을 확보한다는 의미다. 반대로 자기만의 공간이 없다는 것은 자기만의 시간이 언제든 방해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서른이 훌쩍 넘어 이제는 내 방이 아닌 내 집이 생겼다. 조그마한 내 방을 벗어나서도 나만의 공간이 가득하다. 예전의 집은 휴식과 잠을 자는 물리적이고 물질적인 공간이었지만 지금의 집은 회사이고 학교이자 여가, 휴식, 취미를 누리는 다양한 공간으로 확장되었다. 집은 어쩌면 나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이 아닐까. 내가 자기만의 방을 소망할 때, 단순히 물리적 공간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나 자신으로 인정받고, 이야기하고 싶은 욕망일 것이다. 집을 생각하니 어린 시절을 기억하고 따스한 추억을 되새김하고 나의 삶을 기억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