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실패하기엔 어려운 음식, 그럼에도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본다. 장마가 시작되었는지 아침부터 후드득 세찬 비가 내린다. 몸을 일으켜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음식을 만들기도, 우산을 쓰고 밖을 나가 음식을 사 먹기에도 귀찮아진다. 갑자기 떠오르는 ‘라면’. 라면은 간단하게 조리해서 먹을 수 있으면서도 배고픔을 채워주기에 적당한 음식이다. 요리에 재능도 취미도 없는 나에게 가끔 누군가 가장 자신 있는 요리를 물어볼 땐 농담처럼 '라면'이라고 대답하곤 했다. 실패하기엔 어려운 음식이니까. 그럼에도 라면을 너무 오래 끓여서 면이 불거나, 분말스프가 면에 덩어리째 걸린 탓에 미간이 찌푸려지기도 했다. 그만큼 요리에 관심이 없었다. 오래전 라면을 맛있게 끓이는 방법에 관한 글을 읽은 적 있다. 라면 봉지 뒷면에 상세히 적힌 조리방법을 따르는 것. 그때부터인지 기본 조리방법을 따르면 결코 실패하지 않았다.
끓는 물 550ml 정도에 면과 스프, 후레이크를 넣고 4분간 더 끓여준다.
1. 물 500ml를 넣고 끓인 후 2. 분말스프를 넣고 그리고 면을 넣은 후 2분간 더 끓인다.
선호에 따라 김치나 파 등을 곁들여 먹으면 더 맛있다고 했지만 난 여전히 기본 조리방법을 따를 때 가장 맛있는 라면을 맛볼 수 있다고 믿는다.
무언가를 잘하는 방법은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다. 기본이 모든 일의 중심이며, 과정 하나하나를 충실하게 행해야 의미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기본을 잘해야 돼. 라면을 끓이고, 끓이면서 반성하는 거야. 이번에는 물이 적었다던가, 불을 끄는 타이밍이 늦었다든가, 라면의 상태를 꼼꼼히 살피지 않았다든가 하는 것을 돌이켜보는 거야.’ 라면은 대중적이면서 맛을 창조할 수 있는 음식이다. 요즘은 유튜브나 블로그를 보면 여러 가지 라면을 먹는 레시피가 올라와있고, 그 방법으로 라면을 끓여서 인증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라면은 라면 본연의 모습으로만 즐겨야 한다고 믿어서 이런 라면은 선호하진 않지만 말이다. 기본에 충실한 라면이 생각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