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운동러 배드민턴을 시작하다
한 달 전 새로운 운동을 시작했다. 지난주 평소보다 무리하게 허리를 뒤로 돌렸던 게 화근이 되었는지 며칠 전부터 크게 숨을 들이쉬거나 좌우로 몸을 움직일 때마다 오른쪽 옆구리 뒤로 통증이 느껴졌다. 매일 밤 근육통 패치로 임시방편을 했지만, 아침에는 어쩔 수 없이 숨길 수 없는 내면의 소리를 마주한다. ‘아우 허리야.’ ‘아우 등이야.’ 급히 구글 검색창에 ‘배드민턴’, ‘허리통증’, ‘갈비뼈통증’ 여러 단어를 검색해 본다. 곧 ‘전거근 통증’이라는 연관 단어가 나타난다. 전거근은 갈비뼈인 늑골에서 어깨뼈 안쪽에 사이 위치한 톱니 모양의 근육이자, 골프나 테니스처럼 순간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는 운동 시 종종 통증을 경험한다고 했다. 어디에도 ‘배드민턴’이라는 말은 없어서 괜히 머쓱해졌다.
매일 아침 통증을 참아내는 과정이 나에게는 큰 도전이다. 달리기나 등산은 힘들지 않으니 지구력은 좋은 편인데, 신체 운동지능은 꽝이다. 특히 구기종목은 멍하게 있는 사이 발밑에 공이 떨어지고 몸이 따라가지 못해 한 박자 늦게 라켓을 휘두른다. ‘어머’ 하며 혼자서 넘어지기도 한다. 운동을 잘하는 사람 앞에서 주눅이 들어 소라게처럼 꼭꼭 숨어버린다. 다행히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나의 저주받은 반사신경을 아무도 몰래 잘 숨기며 지내왔다. 그런 내가 스스로 운동을 시작했다니, 큰 도전이 아닌가. 그래서 더더욱 매일 아침 통증을 남몰래 참아야만 했다.
오늘은 눈을 뜨자마자 이마를 슬쩍 문지르며 웃었다. 이마 중간에서 왼쪽으로 살짝 비켜 간 지점에 어제의 영광스러운 상처가 있다. 어제의 경기는 꽤 마음에 들었다. ‘공이 이상해. 지 맘대로야. 아무 데나 막 날아가고.’ 투덜거리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면에서 날아온 셔틀콕은 손 쓸 틈도 없이 내 이마로 콕 떨어졌다. 오른손에 꼭 쥔 라켓을 휘둘리기는커녕 헤딩으로 직접 받을 줄이야. 이용대 선수의 스매싱 순간 속도가 300km 이상이라고 하지 않았나, ‘앗’ 하고 이마를 움켜쥐며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누구나 초보의 때가 있다. 두 사람이 나란히 마주하고 서서 대화하듯 완급을 조절하지 않으면 제대로 즐기기 어려운 게임이 배드민턴이다. 배려심 없는 상대를 만나면 제대로 휘둘러보지 못하고 줄곧 셔틀콕만 주우러 다니느라 진이 빠진다. 이때는 다 때려치우고 집에 가고 싶다. 실력이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은 상대방이 익숙해질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그 과정이 지루하기도 하다. 이처럼 무척 단순하지만 다양한 변수가 있다. 셔틀콕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는 바람 같은 삶 속에서 이리저리 날아가다 현실의 벽과 같은 네트를 넘어간다. 치는 사람이 보내는 방향대로 저 멀리 엔드라인을 넘어 날아가 버리는 셔틀콕보다는 서로의 호흡을 주고받는 셔틀콕이 더욱 마음에 든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라켓으로 셔틀콕을 주고받는 것은 상대방과 같은 공간에 함께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어제의 영광스러운 상처가 뿌듯한 이유는 아마도 상대와 몇 번의 대화하듯 주고받는 셔틀콕이 있었고, 그중 하나가 나에게로 날아왔기 때문이다. 조금은 성장했다는 기분 때문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