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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으로 다른 건 몰라도 이빨은 정말 한 번은 리필을 시켜줘야 한다는 글을 읽고 웃은 적이 있다. 사람이 백 세까지 사느니 마느니 하는 시대에 열 살도 안 먹었을 때 딱 한 번 난 영구치를 가지고 평생을 살라니 그거 너무한 거 아니냐고도. 그 아래는 '리필'이 필요한 신체 부위로 온갖 것들이 다 올라왔다. 고관절, 무릎연골, 시력 등등. 그리고 그 대부분의 댓글은 그거 원래 수명이 30년 정도인데 인간이 악으로 깡으로 쓸고 닦아 가면서 쓰는 거예요 하는 댓글이 달리는 순간 조용해지고 말았다.
이가 튼튼한 것은 오복 중의 하나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이런 치아는 대개가 유전인 듯하다. 나는 평생 건치셨던 아버지를 닮아서(아버지는 어느 개업집에서 돼지고기 편육을 드시다가 물렁뼈를 잘못 씹어 이가 한 번 부러진 것 외에 평생이 이 문제로 병원에 간 적이 없으시다) 지금껏 이가 애를 먹이는 일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그는 이가 대단히 약했고 그 때문에 꽤 고생도 많이 했다. 치과 한 번 가보라고 몇 번이고 말을 했지만 지금 치과에 갔다가는 거짓말 좀 보태서 집 팔아야 할 거라는 농담 반 진담 반의 말을 하며 그는 기어이 치과에 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던 중에 그렇게 훌쩍 내 곁을 떠나가 버렸다.
이미 몇 년 전에, 사람에게도 상어처럼 이빨이 빠지면 새 이빨이 자라나게 하는 세포 자체는 몸속에 존재하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그 세포가 작동하지 않아 이가 딱 한 번만 나는 거라는 연구 결과가 난 것을 본 적이 있다. 그것과 관련이 있는 연구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영국에서 인간의 치아를 배양하는 기술이 개발되었다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그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인공 치아가 아닌 진짜 '내 이빨'을 잇몸에 이식할 수 있게 된다는 것 같다. 참 세상은 빨리, 생각지도 못했던 방향으로 좋아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가 떠나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 몇 가지가 있다. 아마도 그가 내 대신 음식을 하기 시작했던 건 내가 일을 하기 때문도 있었겠고 그의 입맛이 나보다 더 까다롭기 때문에 본인의 입맛에 맞춘 음식을 하고 싶었던 때문도 있었겠지만 부실한 치야로 먹을 수 있는 정도로 음식을 조리하려다 보니 그냥 자기가 직접 하게 된 탓도 있었을 것이다. 조금만 더 내 곁에 있었더라면 집 안 팔아먹고도 이빨 리필 한 번 정도는 받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하는 생각을 했다. 아, 저 기술을 개발 중인 분의 말을 빌자면 본인의 자식대쯤에는 상용화가 가능할 거라고 했다니 그것까지는 좀 무리였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