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당신에게

공황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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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어느 날인가 그가 그렇게 물은 적이 있었다. 만일의 일이 생겨서 내가 너를 두고 먼저 떠나가면 너는 어떻게 살 것 같으냐고. 나는 대답했다. 나는 겁이 많아서 자살 같은 건 솔직히 할 수 없을 것 같고, 대신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매일매일 울기만 하다가 죽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나는 정말로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떠나가고 일주일이 지나고도 나는 멀쩡하게 살아있었다.


하루에 한 끼지만 어쨌든 밥을 먹었다. 깊은 잠을 못 들고, 불과 텔레비전을 모두 켜놔야만 하긴 했지만 어쨌든 잠도 잤다. 틀어놓은 텔레비전의 몇몇 장면을 보고는 피식피식 웃기도 했다. 일 관련한 전화 통화도 하고 심지어 언성을 높여 다투기도 했다. 그는 늘 내게 너는 작은 일엔 겁이 많은데 큰 일엔 겁이 없다고 말했었다. 그래서 정말로 그런 건가 생각했다. 어쩌면 나는 생각보다 빨리 이 현실에 적응해 버린 건지도 모른다고. 배우자와 금슬이 좋았던 사람일수록 빨리 재혼한다는 말도 있듯이, 나 또한 너무 큰 그의 부재 때문에 예상보다 훨씬 빨리 내가 살 궁리를 하기 시작한 건지도 모른다고. 비겁하지만, 염치없지만 그런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나의 섣부른 착각이었다.


그의 삼우제까지를 다 지낸 그 주 토요일 아침이었다. 갑자기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르는 심장 언저리가 뻐근하게 당겨 왔다. 이건 노래의 가사나 시구에 나오는 그런 낭만적인 '가슴 아픔'이 아니라 매우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통증'이었다. 그렇게 10분 이상을 나는 가슴을 움켜쥐고 웅크려 있었다. 식은땀이 나고 손발이 벌벌 떨렸다. 누가 옆에서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아 이 증상이 그 말로만 듣던 공황발작이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가 떠나던 날 현장을 확인하러 온 경찰 분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세상엔 혼자 외롭고 쓸쓸하게 살다가 떠나는 줄도 모르게 떠나서, 이웃에서 악취 같은 걸로 신고를 하고서야 발견되는 가엾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정말 많다고. 그래도 남편 분은 부인 곁에서, 따뜻한 집에서 가셨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그럼 나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올랐다. 내가 여기서 잘못되면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까. 마지막 순간 그가 내게 어떤 마음을 가지고 떠났는지 그것까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이런 식으로, 아무도 없는 집에서 마지막을 맞는 것은 아니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통증이 조금 가라앉기를 기다려, 나는 불문곡직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핸드폰으로 검색을 해 집에서 가장 가까운 신경정신과를 찾았다. 토요일 진료가 가능한 병원이었다. 혹시 몰라 전화를 해서 오늘도 진료를 하시는지를 물었다. 오후 2시까지는 진료를 하니 그 안에 오시면 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토요일 오전이라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이 와서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간호사가 건네주는 설문지를 체크하며 내 순서를 기다렸다. 그 설문지는 SCL-90-R이라는 것으로, 간이정신진단검사라고도 하는 질문들이었다.


의사는 매우 사무적인 태도로 내 설문지를 훑어보더니 우울감이 있고 수면장애가 있다는 말을 했다. 일주일 전에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했더니 다시 한번 내 설문지를 훑어보고는 배우자의 사망은 인간이 받을 수 있는 스트레스 중 가장 심각한 것인데 그렇다고 지금 당장 거처를 옮기거나 생활환경을 완전히 바꿀 수는 없을 테고 시간이 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애도 반응은 보통 한 달 정도를 잡으며 보통의 경우는 그 안에 감정 변화를 겪고 일상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말과 함께 항우울제와 수면제 등의 약을 일주일치 처방해 주었다.


병원을 나와 버스 두 정거장을 걸었다. 의사의 마지막 말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애도 반응은 통상 한 달을 간다던. 그럼 한 달만 지나면 나는 괜찮아지는 걸까. 그게 정말로 그럴 수가 있는 걸까. 지금 느끼는 나의 이 슬픔은 고작 한 달짜리인 것일까.


그러나 아무도 나의 물음에 대답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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