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기상시간은 그냥 여섯 시 고정이다. 눈을 떠 시계를 보았을 때 여섯 시가 넘은 적이 근래 한두 번 정도뿐인 것 같고 보통은 5시 30분에서 50분 사이에 눈이 떠진다. 아, 최소한 여섯 시까진 좀 자자 하고 웅얼거리며 혼자 버둥거리다가 여섯 시쯤 마지 못 헤 일어난다. 기상 시간이 이렇게 당겨지다 보니 생체 시계가 예전에 비해 세 시간쯤 빨리 흘러가서 밤 11시쯤이 되면 예전 9시 기상할 때의 새벽 2시 같은 몸 상태가 된다. 졸리고, 피곤하고, 빨리 누웠으면 하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어제도 그랬다. 10시 반이 넘으면서부터 몸이 급격하게 처지기 시작하더니 11시가 가까워오자 아 그냥 대충 하고 눕자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커피 마시던 텀블러 따위를 대충 씻어놓고 잘 준비를 시작했다. 어제는 낮은 꽤 더웠지만 밤이 되니 그럭저럭 견딜 만한 것 같아 에어컨을 끄고 침대 쪽 창문을 한쪽 열어놓고 선풍기를 트는 것으로 하룻밤을 넘겨볼 생각이었다.
그렇게 침대 쪽의 창문을 열었을 때 나는 기겁을 했다. 도대체 어떻게 들어온 건지 방 안쪽의 방충망에 손가락 두 마디쯤 되는 이상한 벌레 한 마리가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여고를 나왔다. 그리고 그 학교는 대부분의 학교들이 그렇듯 산 중턱에 있었고,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있자면 밝은 교실의 불빛에 이끌린 온갖 벌레들이 출몰했다. 이럴 때 여학생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비명을 지르면서 도망가거나, 슬리퍼를 벗어 들고 그 벌레를 잡거나. 나는 단연 후자에 속하는 학생이었다. 그래서 자습시간에 벌레가 나오면 나보다 키가 큰 친구들이 내 뒤에 들러붙어 비명을 지르는 진풍경도 종종 연출되곤 했다. 그러나 그랬던 기억이 무색하게도, 그를 만난 이후 나는 벌레라면 질색팔색을 하는 아주 보통의 여자사람이 되었다. 크게 비명을 지를 필요도 없었다. 엄마야 하는 나직한 비명 한마디면 충분했다. 그는 무슨 일을 하고 있던지간에 그 일을 팽개치고 쫓아와서는 벌레를 잡던지 쫓아내던지 해 주고서야 제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던 세월이 너무 길어져서 예전에 참새만 한 나방도 용감하게 후드려 잡던 기억 같은 건 다 잊어버린 건지, 나는 그 방충망에 붙은 벌레 한 마리를 보고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나는 그야말로 손을 벌벌 떨면서 방충망을 조금 열고 그 서슬에 놀란 벌레가 펄쩍 뛰어오르자 비명을 지르며 내측 창을 닫았다. 그리고 그 벌레가 놀라서 나가도록 유리창을 한참이나 두드렸다. 밤 11시가 가까워 오는 바깥은 캄캄했고, 그래서 나는 벌레가 나갔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 플래시를 켜서 방충만을 스캔하듯 일일이 비쳐보아야 했다. 인간이 사는 집에 붙은 창의 구조 같은 걸 알 리 없는 그 벌레는 저 딴에는 애를 쓰면서도 방충망과 내측 창 사이의 공간에 갇혀 좀체로 빠져나갈 길을 찾지 못했고 나는 온몸을 긴장시킨 채 그 벌레를 쏘아보다가 유리창을 두드리고, 핸드폰 플래시를 비쳐보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 노릇을 10분 넘게 하고 있자니 내가 하는 짓이 너무 한심하고 웃겨서 헛웃음이 나왔다. 결국 이 때아닌 소동은 나름 머리끝까지 짜증이 난 내가 한 뼘 정도 창을 열고 그 틈으로 살충제를 뿌려 벌레를 떼어내는 것으로, 장장 15분 만에 마무리되었다.
나는 침대에 주저앉은 채 유리창에 묻은 살충제 자국이 빗물처럼 흘러내리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내 꼴이 너무 우스워서 웃음이 났고 내 신세가 너무 처량해서 눈물이 났다. 이제 겨우 백일 남짓이 지났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이렇게 혼자서 모든 걸 알아서 하며 살아야 할지 모르는데. 저까짓 벌레 한 마리 쫓아내는 데 15분씩이나 걸려서 나 진짜 이 풍진 세상 어떻게 살지. 오던 졸음은 싹 달아나 버렸고 그 결과로 나는 어제 새벽 한 시가 넘어서까지 생각이 많아져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제 그 때아닌 난리를 보고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좀 많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