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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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내 브런치는 구독자 수가 40명 조금 안 되는 수준에서 넉 달째 운영되고 있다. 조회수는 보통 하루에 100회 정도, 가끔 내가 생각해도 청승을 심하게 떤 날은 그보다 안 나오기도 하고, 조금 괜찮은 이야기를 쓴 날은 200 정도 나오는 날도 있다. 대충 그 정도의 범위다.


가끔 핸드폰에 글의 조회수가 1000을 넘겼다는 알람이 올 때가 있다. 지금껏 네댓 번 정도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대충 한 달에 한 번 정도 일어난 일인 셈이다. 처음엔 너무 놀라서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보통 글을 쓰는 사람은 제가 쓰는 글의 '그릇'을 안다. 요즘 내가 브런치에 쓰는 글들은 조회수를 그렇게나 탈 일이 없는, 냉정하게 말하자면 자물쇠 달린 일기장에나 써야 마땅할 내용을 인터넷에 쓰고 있는 것에 불과한 신변잡기다. 그런 글에 조회수가 네 자리나 나올 리가 없다. 내 글에 무언가 사람들을 '건드릴' 만한 요소가 있었던 것일까. 나는 그 이유를 찾으려고 한 시간 가까이 통계 페이지를 쏘아보다가 다음의 브런치 섹션에 조그맣게나마 글의 섬네일이 올라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니까 거대 포탈의 한 구석자리를 차지한 것만으로도 이 손바닥만 한 브런치에는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한 번 그런 일을 겪고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를 파악한 후로는 더러 그런 알림이 와도 그렇게까지 놀라지는 않는다. 아, 어쩌다 또 다음 메인에 잠시 걸렸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넘길 뿐이다.


그렇게 메인에 걸려나간 글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제목이 잘 뽑힌 글들이다. 보통 작문 시간에 배우기로는 좋은 제목이란 글의 내용을 함축해야 하고 너무 길면 안 된다고 배우지만 요즘의 트렌드는 딱히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너무 짧은 단어형보다는 문구나 문장형의, 읽는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들이 메인에 걸리는 빈도가 높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사람들이 관심 있어할 만한 주제를 다루는 글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일인가구의 공감할만한 일상이라든가, 요즘 같은 계절에 먹기 좋은 음식의 레시피처럼 보인다든가 하는 식으로.


그러나 이 브런치에 자주 들러주시는 독자님들이 아시는 대로, 내 브런치는 사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곳이 아니다. 나는 넉 달 전에 평생을 걸쳐 사랑하던 사람을 하룻밤 사이에 잃고 그 상실감과 부재감에 몸부림치는 중인, 지금 어딘가 고장 나 있는 사람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듯이 나는 내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 그를 떠올리고 그를 그리워한다. 그래서 내 브런치의 모든 글들은 무슨 이야기로 시작해 어떻게 흘러가든 결국은 그에게로 가 닿을 수밖에 없다. 그것은 나의 '잘못'은 물론 아니겠지만, 그래서 본의 아니게 가볍게 공감할 만한 일상의 이야기를 읽으러 오시는 분들에게 그럴듯한 제목을 달아놓고 무거운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낚시'를 하는 꼴이 되고 있진 않은가 하는 염려가, 가끔 이렇게 조회수가 폭발하고 난 다음날쯤에는 언제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대수롭지 않게 읽기 시작한 글이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때, 그래서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무겁고 어두운 결론을 내릴 때의 당혹감에 대해서는 나 또한 전혀 모르는 바가 아니기에.


행여나 이 글을 읽으신 분들 중에도 그런 분들이 계시다면 짧으나마 지면을 빌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본의 아닌 제목 낚시에 걸려들어 이왕 어둡고 축축한 글을 읽으셨다면,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한 번이라도 더 웃어주고 한 마디라도 더 다정한 말을 건네주십사 하는 부탁의 말씀도 드리고 싶다. 넉 달 전, 4월 7일 밤까지의 나는 넉 달 후의 내가 이렇게 살고 있을 줄 꿈에도 몰랐기에. 이별은 생각보다 우리의 가까이에 있고, 절대로 자신의 일정을 우리에게 공유해 주지 않기에.


허영만 화백님의 '커피 한 잔 할까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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