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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Nov 21. 2022

변함없는 건 모두 변한다는 것 뿐야

-222

어제 드디어 월드컵이 시작되었다.


잘 준비를 마치고, 7개월 만에 공중파 방송을 틀었다. 이번 월드컵 주제가를 우리나라 아이돌이 부른다는 사실을 어제 알아서 깜짝 놀랐다. 그들의 지극히 초창기를 기억하고 있어서 나까지 덩달아 감회가 새로워졌다. 음악 방송 프로그램에 나오던, 언뜻 봐서는 구분도 잘 가지 않던 고만고만한 아이돌 한 팀이 저렇게 세계적인 가수로 성장하는 동안 나는 도대체 뭘 했을까 하는 짧은 반성과 함께.


어제의 중계를 다 보고 자지는 못했다. 요즘의 내 수면 사이클은 밤늦게 방송되는 중계를 다 보고 잘 수 있게 되어 있지 않다. 에콰도르 선수가 넣은 첫 골이 VAE 판독 결과 오프사이드로 판명나 취소되는 것을 보고 아이고 하는 탄성을 질렀던 것,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첫 골이 터졌던 것까지는 기억하는데, 그 후로 기억이 스르르 멀어져 버려 그 후로는 오늘 아침에 일어나 본 뉴스로 결과를 알 수 있었다. 에콰도르가 이긴 모양이다. 월드컵은 개막전 경기를 무조건 개최국이 하는 전통이 있고 그 경기에서 개최국이 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최소한 비기기라도 한다)는 유명한 징크스가 있는데 그게 결국 어제 깨지고 만 모양이다.


그건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지, 하고 그가 말했던 적이 있었다. 월드컵은 아무래도 축구를 웬만큼 하는 나라들 위주로 개최지가 정해지게 마련이고, 우리나라처럼 좀 아슬아슬한 나라가 개최국이 되면 홈 그라운드빨이 엄청나게 작용할 테니까 최소한 비기기는 하는 거지. 그리고 모르긴 해도 윗선에서부터 좀 그런 방침이 있지 않을까. 홈팀이 너무 빨리 떨어져 버리면 흥행에도 안 좋으니까. 아, 그런 건가 하고 생각했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럴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말했던 그런 사실들도 결국 어제 함께 깨지고 말았다.


올림픽 여자 양궁이 9연패인지를 했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매번 올림픽이 열리고 여자 양궁 경기를 보면서 나는 늘 그런 생각을 한다. 얼마나 부담스러울까. 금메달이 문제가 아니다. 아홉 번이나 이어져 온 그 기록을 깨는 당사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얼마나 사람을 짓누를까. 우리는 무엇에서든 법칙을 찾는 것을 좋아하고, 지금까지 이래 왔기에 앞으로도 이럴 것이라고 단정 지어버리기를 좋아한다. 사실 그건 하나도 당연하지 않은 것인데. 그가 지금껏 내 곁에 27년이나 있어 주었으니 앞으로도 그만큼은 있어줄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7개월 전의 나처럼. 어쨌든 월드컵 개막전의 개최국은 웬만하면 승리하고 적어도 지지는 않는다는 그 징크스가 깨졌으니 앞으로의 개최국 선수들은 조금은 편하게 경기에 나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어느 지나간 유행가의 가사처럼, 변함없는 건 모두 변한다는 것뿐이다. 우리는 별로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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