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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Nov 24. 2022

눈치 좀 챙기세요

-225

내 브런치에는 댓글이 거의 달리지 않는다. 그럼직하다고 생각한다. 손가락을 놀려 뭐라도 한 마디 적는 별 것도 아닌 것 같은 리액션을 하는 데도 사람에게는 적지 않은 동기가 필요한 법이다. 당장 나부터도 브런치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꽤나 많은 글들을 읽고 있지만 댓글씩이나 남기는 일은 흔하지 않다. 하물며 반평생 사랑하던 사람을 떠나보내고 혼자 청승 떨고 있는 내용이 주인 내 브런치야 말할 나위도 없다고 생각한다. 뭐라도 한 마디 힘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가도 말이 정리되지 않아서, 혹시나 내 말이 의도하지 않은 뜻으로 전달될까 봐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주 가끔, 매일 몇 번씩 확인해 보는 통계 페이지에서 새로 달리는 댓글을 발견하고 무슨 일일까 하고 들어가 볼 때가 있다. 대부분은 그저 달아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응원의 말씀이다. 그러나 가끔은 눈살이 확 찌푸려지는 댓글인 경우도 있다. 어제도 그랬다. 예전에 올린 글 하나에 댓글이 달렸기에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페이지를 열어보니 '정성스러운 글 잘 읽었습니다'라는 상투적인 문구로 시작해 러우 전쟁으로 인한 물가상승 운운 급변하는 국제정세 운운 꼭 공유하고픈 정보가 있으니 방문을 바란다는 말과 함께 블로그 주소 하나가 남겨져 있었다.


뭐래. 나도 모르게 입을 열어 그런 말을 내뱉었다. 그렇게 좋은 정보면 혼자 돈 많이 버세요. 그리고 댓글 작성자를 차단해 버렸다. 그러고도 한참이나 기분이 언짢아 나는 혹시나 내가 못 보고 지나가버려 살아남아있는 비슷한 광고 댓글이 없는지 브런치를 샅샅이 뒤졌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집요하다 싶을 만큼.


그렇게까지 신경질을 낼 일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저런 류의 광고는 이젠 어디에나 있다. 핸드폰에 스팸문자로 날아오는지 블로그에 댓글로 달리는지 SNS의 DM으로 날아오는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심지어 저 댓글을 쓴 사람조차도 이 댓글로 인해 자신이 유도한 링크의 방문자가 수십수백만이 될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저건 그냥 봄에 사람을 괴롭히는 황사나 미세먼지와 같은, 디지털 시대에 만연하는 일종의 공해일 뿐이다.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 브런치에서는 그런 걸 용납하기가 쉽지 않다. 이곳은 세상에서 거의 유일하게 남은, 내가 그와의 남은 추억을 붙잡고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나의 추억과 슬픔에 동조를 바라지 않는 대신, 최소한 침묵으로 지나가 주기를 바라는 것은 내 욕심이 과한 것일까.


정성스러운 글 잘 읽었다는 서두가 무색하게, 아마 어제 그 댓글을 쓴 사람은 내 브런치의 글을 읽어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마 읽어보았다면 입맛이 뚝 떨어져서 그런 댓글을 달 엄두가 나지 않았을 테니까. 그 작성자에게 댓글은 그냥 자신이 하루에 몇 개 이상 달아야 하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겠지만, 그래도 그런 일을 할 거면 최소한의 눈치는 좀 챙기시는 게 어떠냐고 한 소리 하고 싶다. 세상에 댓글을 달만한 공간이 내 브런치밖에 없는 것도 아닐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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