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당신에게

다들 참, 먹으려고 사는구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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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가 있지도, 지친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촉촉한 감성이 있지도 않은 이 외진 브런치에 가끔 조회수가 네 자리를 넘겼다는 알림이 뜰 때가 있다. 한 달에 한두 번 꼴로 일어나는 일이다. 처음엔 너무 놀라서 유입 경로를 더듬어 보고 혹시나 내 글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놀란 고양이마냥 안절부절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나마 몇 번 겪은 일이라고 그러려니 한다. 그리고 그런 일은 대부분 뭔가 '먹는 이야기' 혹은 '먹을 것 이야기'를 쓴 후에 생긴다. 그래서 생각한다. 아, 다들 참 먹는 이야기 좋아하시는구나 하고.


이번에 조회수 비상이 걸린 글은 얼마 전에 썼던 냉동실에 처박아놓은 냉동 빈대떡 이야기였다. 거 참, 이번엔 제목이 빈대떡이라고 쓰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걸린 걸까 내심 신기했다. 그건 이런 식으로 조회수가 터진 글들은 대개 제목에 음식 이름이 들어갔기 때문에 나는 전혀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본의 아니게 그 음식에 대한 레시피라든가 정보 같은 걸 찾아보러 오신 분들에게 낚시를 한 것 같은 죄송한 마음에 시달렸었다. 그런데 이번엔 그러지도 않았는데 어쩌다가 저 난리가 난 것인지,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다. 썸네일로 올린 빈대떡 사진이 문제였을까.


뭐 그럼직하다고 생각한다. 먹는다는 건, 의식주 하는 식으로 다른 것들과 묶여서 삶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 중 하나 정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것이니까. '먹고 산다'고는 할지언정 '입고 산다'거나 '자고 산다', '쓰고 산다', '하고 산다' 같은 말을 우리는 하지 않는다. '산다'는 그 어마어마한 말과 감히 동격에 놓일 수 있는 것은 '먹는다'는 말 뿐이다. 그러니 뭘 먹는다는 건 어쩌면 산다는 것 그 자체와 거의 의미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이러니 생을 살아가는 생명체로써 먹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것 또한 지극히 당연한 일일 테고.


나 또한 그랬던 것 같다. 갑작스레 그를 잃은 슬픔에 잠겨 있을 때는 뭔가를 먹는다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덧없고 하찮게 느껴졌었다. 그래도 요즘은 늦은 오후 갑작스레 덮쳐오는 공복감에 입을 달랠 만한 것을 찾기도 하고 새로 나온 라면이 눈에 띄면 저거 사다가 끓여 먹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순간마다 나는 그래도 내가 아주 조금은 회복되었음을 실감한다. 그의 빈자리는 여전히 휑덩그레하게 가슴이 아플지라도, 어떻게든 나는 살아가고 있다는 이 사실을.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는 반년쯤 전에 같은 제목을 단 비슷한 글을 이미 한 번 쓴 적이 있다. 그리고 그날 점심으로 먹을 메뉴가 게살수프였던 모양인데 공교롭게도 오늘도 점심때 게살수프를 끓여 먹으려고 게맛살 등등을 사놓은 상태다. 이쯤 되면 뭔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뭔가 먹는 이야기를 올리고 다음 날 게살 수프를 끓여 먹으면 조회수가 폭발한다 하는. 세상의 모든 징크스는 그런 식으로 만들어지는 거라고, 그라면 아마 그렇게 이야기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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