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한 철을 지내는 동안 집에 들여놓은 화분 두 녀석이 집안의 상전 노릇을 톡톡이 했다. 집에서 볕이 제일 잘 드는 자리는 무조건 두 녀석의 차지였다. 점심을 먹기 위해 요리 비슷한 걸 좀 하고 기름 냄새를 빼느라 창문을 열 때면 언제나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두 녀석을 방 안으로 피신시키는 거였다. 겨울철 환기는 식물의 가장 큰 적이며, 환기 한 번 하려다가 순식간에 화분이 골로 갈 수 있다는 글을 다른 곳도 아닌 브런치에서 읽은 적이 있어서다.
그렇게 그야말로 애면글면, 내 딴에는 최대한의 애정과 성의를 가지고 날짜 맞춰 물 주고 낮에는 볕 드는 창가에 내놓고 밤에는 따뜻한 방안에 들여놓기를 겨울 내내 꼬박꼬박 했다.
다육이는 그래도 육안으로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편한 쪽이었다. 녀석은 끊임없이 하엽이 지고 그 와중에 새 잎이 나고를 반복하면서 나 그래도 어찌어찌 잘 살아있으니 하던 대로 하면 된다는 사인을 보내줬다. 그러나 잎이 다 떨어지고 밑둥만 달랑 남은 무화과는 얘가 자는 건지 죽은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늘 애가 탔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며칠에 한 번씩 물을 주고 그때마다 말을 거는 것 정도였다. 괜찮냐고. 요새 날씨도 춥고 볕도 많이 안 들어서 네가 힘들 건 알겠는데, 이 동네 겨울 날씨가 원래 이런데 어떡해. 좀 참고 견뎌봐. 뭐 그런 말들.
그리고 오늘 아침에 물을 주러 나갔다가, 나는 무화과의 제일 꼭대기에 엄지손톱만 한 새 잎이 돋은 것을 발견하고 괴성을 질렀다. 세상에 이게 웬일이야. 너 겨울 무사히 났구나. 옆에서 해준 것도 없는데. 장하다. 대견하다. 고생했다. 진짜 고맙다. 그런 말들을 속사포처럼 퍼부어댄 것 같다. 옆에 있던 다육이가 아마 많이 머쓱했을 것 같다. 그렇게 물을 주고 나서도 신기해서, 몇 번이나 다시 나가서 그 손톱만 한 이파리를 확인했다. 딱 한 번 로또 4등(5만 원)에 당첨된 적이 있는데, 적어도 그것보다는 훨씬 좋은 기분이었다. 나는 결국 이 추운 한 계절 동안 이 녀석을 살려서 데려오는 데 성공한 것이다.
문득 달력을 본다. 이번 주말이 되면 3월이다. 날씨는 한동안 여전히 춥겠지만 그래도 이제 '겨울'이라고는 하기 힘든 시기가 된다. 그렇게 내가 혼자 남은 한 시절을 살아냈구나 하는 생각에 잠시 먹먹해졌다.
아닌 것 같아도 겨울은 지나가고 있다. 그리고 내가 이만하면 제법 열심히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건 그도 아마 동의할 것이다. 아 글쎄, 오늘 아침에 무화과가 새 잎을 틔웠다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