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당신에게

그거 매년 주는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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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우리 집 근처에는 공군 비행장이 있다. 소음보상지를 나누는 기준으로 3급인가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그와 나는 딱히 뉴스를 보지 않고도 '뭔 일'이 났다는 사실을 전투기들의 굉음으로 알 수 있었다. 유독 발진 소음이 많이 나는 날은 나중에 알고 보면 북한에서 미사일이 발사됐거나 영공 침입이 있었거나 등등의 속 시끄러운 일이 일어난 날이었다.


처음엔 사람이 이러다가 미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트는 여름에는 조금 덜한 편이었지만 창문을 열어두는 봄과 가을까지는 신경이 실시간으로 날카로워지는 것이 저절로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그것도 한철이었다.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소음에 적응해 버렸다. 나중엔 해가 떨어지고 저녁이 되어서까지도 발진 소음이 나면 아이고 애들 오늘 비행훈련시간 티오 채우는 날인가 보다 욕봐라 하는 덕담(?)까지 할 정도가 되었다.


소음보상 판결이 나고, 그래서 서류만 한 장 내면 보상금을 준다기에 은근히 기대를 했다. 여기서 그 엄청난 굉음에 시달리고 산 지가 벌써 10년이 넘었으니까. 그러나 안내문에 적힌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상금을 대강 계산해 보니 20만 원이 채 안 되는 금액이 책정되었다. 나라가 사람을 데리고 장난한다고 나는 분개했고 그는 그 모양을 보고 박장대소를 하며 웃었었다. 그거나마 안 주면 어떡할 건데. 준다 그럴 때 고맙습니다, 하고 받는 거라고 그는 그렇게 말했었다. 그리고 그가 떠나고 난 지난 7월인지 8월에, 나는 통장으로 영문 모르는 돈이 20만 원쯤 입금된 것을 발견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가 예의 그 소음보상금인 걸 알았다.


얼마 전에 집에 편지 한 통이 왔다. 관공서에서 가끔 보내는 특유의 촌스러운 봉투였다. 뭐냐 싶어 뜯어보니 올해 분의 소음보상금을 2월 28일까지 신청하라는 내용이었다. 응? 그게 일회성이 아니라 매년 주는 거였어? 순간 사람을 그렇게 스트레스 줘놓고 20만 원이라니 이럴 거면 그냥 안 주는 게 낫지 않냐며 왁왁댔던 작년의 일이 조금 무안해졌다. 뭐, 20 더하기 20 해서 40이라도 그간 받아온 내 스트레스에 어림도 없는 금액인 건 마찬가지긴 하지만.


딱히 하는 일도 없으면서도 어영부영하다가 벌써 오늘이 신청 마지막날이 되었다. 이미 한 번 신청해 본 나머지이니 후다닥 스켄을 해서 메일을 보내면 그걸로 끝이다. 올해도 돈은 7월인지 8월인지 그때쯤이 되어야 준다는 모양이다. 작년의 소음보상금은 받아서 어디다 썼던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올해는 뭘 할까. 한참 더울 때이니, 그의 사진이라도 가지고 혼자 1박 2일짜리 호캉스라도 가볼까. 그런 호사한 생각을 잠시 해본다.


그러고 보니 벌써 2월의 마지막 날이다. 좀 있으면 봄이겠다. 그가 떠나간. 그런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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