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당신에게

얼마 전까지 영하 20도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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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달이 바뀌었다. 그래서 오늘쯤엔 그에게 달 바뀐 인사를 하러 갈까 생각 중이었다. 요즘 마음이 복잡한 일도 많고, 거기 가서 그에게 실컷 징징대고 오면 좀 마음이 나아지는 매우 실제적인 효과가 있기도 하기 때문에 말이다.


오늘은 날씨가 어떻게 되려나. 그런 걸 좀 찾아보려고 핸드폰의 날씨 어플을 켰다가 나는 잠시 멍해졌다. 오늘의 예상 온도는 최고 온도 기준이긴 해도 무려 13도였다. 아니 이건 초봄 날씨가 아닌데. 더 가관인 건 다음 주였다. 낮은 날이 15도, 높은 날은 17도까지 올라가는 날도 있었다. 얼마 전까지 최저 온도가 영하 20도 가까이 떨어져서 이런 날 출근시키는 것도 직장인 학대라는 둥 하는 우는 소리가 온 커뮤니티에 가득했던 걸 똑똑히 기억하는데 불과 한 달 사이에 날씨가 이렇게나 돌변하다니. 이쯤 되면 한반도는 사람이 사는 땅이 아니라 무슨 황태 덕장 비슷한 곳이 아닌가 하는 불경한 생각이 잠시 든다.


물론 이렇게 겨울이 순순히 끝났다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라는 게 그간 이 나라에서 40년 넘게 살아온 나의 빅 데이터이긴 하다. 이렇게 온도를 올려서 다들 아 이제 겨울 끝났구나 하는 성급한 생각에 겨우내 신세를 졌던 롱 패딩이며 코트 등등을 드라이 클리닝해서 옷장에 집어널을 그때쯤 정신이 번쩍 들 정도의 강추위가 또 한 번 있겠거니 생각한다. 그 추위가 물러가면 겨울은 그때서야 완전히 끝나는 것이겠고.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우리나라처럼 옷값 많이 드는 나라가 없다고, 여름옷부터 겨울 옷까지를 죄다 구비해 놓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나라라던 어느 인터넷에서 본 푸념이 따라 떠오르기도 한다.


당장 나부터도, 그래서 오늘 나갈 때 도대체 뭘 입고 나가야 하는지 당황스럽다. 낮 최고 온도는 13도까지나 올라간다면서 아침 최저 기온은 또 영하 3도를 찍고 있으니 오늘 하루만도 일교차가 16도가 나는 셈인데 이걸 진짜 어느 장단에 맞춰서 춤을 춰야 하는지. 물론 하루 종일 바깥에서 일하셔야 하는 분들에 비하면 배부른 투정에 불과하겠지만.


눈 오고 얼음이 얼던 겨울 동안은 그의 수목장에 대한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었다. 날이 이렇게 추운데 한 데서 사람을 떨게 할 수 있냐고, 차라리 따뜻한 안이 낫지, 라고. 그러나 이제 슬슬 날이 풀리고 꽃도 필 텐데 갑갑한 안보다는 그래도 바깥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슬금슬금 드는 걸 보니 겨울이 대충 끝나긴 한 모양이다. 이런 건 본인 의사를 물어보고 결정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어서 안된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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