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당신에게

지난주 로또 2등이 600명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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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집 근처에 종종 로또 1등 당첨이 나오는 로또 판매점이 하나 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산다는 수준의 명당은 아니어도 앞에 걸려 있는 1, 2등 당첨 이력을 볼 것 같으면 꽤나 솔깃할 정도는 되는 집이다. 나도 가끔 오며 가며 그 집 앞을 지나다가 로또를 한 장씩 산다. 통상적인 기준에서 좀 좋은 꿈을 꾸었거나, 혹은 정 반대로 아주 찝찝한 꿈을 꾸었을 때 액땜할 용도로거나.


앰브로스 비어스라는 미국의 저술가가 말하기를 로또란 수학 못하는 자에게서 걷는 세금이라고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듣기로는 예수님이 태어나던 그 해부터 일주일에 한 장씩 매번 다른 조합으로 로또를 사야 지금쯤 겨우 1등 당첨이 한 장 나오는 수준의 확률이라고도 한다. 그런 걸 보면 로또 1등이란 그야말로 내 돈 5천 원을 그냥 누군지 모르는 1등한테 보태주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나 생각하면 딱 맞을 것 같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로또를 사는 건 사는 그 시점부터 발표를 확인하는 순간까지 잠깐이나마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만약에 1등이 되면 어디다가 얼마를 쓰고 누구에게는 얼마를 주고 하는 공상은 덤이겠고.


지난주 로또는 2등이 무려 600명이 넘게 나왔다는 뉴스를 봤다. 어떤 한 판매점에서만 103장이 한꺼번에 나왔다던가. 전에 한 번은 어느 회사의 회식자리에서 부장님 한 분이 기분 내키는 번호를 찍아서 다섯 장을 사서 직원들에게 나눠줬는데 그게 모조리 1등에 당첨된 일도 있었다는 뉴스도 들은 적이 있다. 이런 뉴스와 위에 적은 예수님 탄생한 연도부터 운운하는 이야기를 나란히 대놓고 읽어보면 이게 과연 같은 확률의 일이 맞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걸 보면 로또란 말 그대로 '될놈될'의 영역인 모양이다.


지난주 수요일쯤에 좀 묘한 꿈을 꾸고 로또를 두 장 샀었다. 지난주엔 워낙에 2등 당첨자도 많았다고 하니 혹시나 하는 마음이 손톱만큼이나마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겠다. 확인해 본 결과는 5천 원 당첨 두 개라 딱 본전이었다. 덕분에 이번주에는 돈을 한 푼도 안 쓰고도 또 일주일 치 헛꿈을 꿀 수 있겠으니 뭐 이 정도면 선방했다고 봐야 할까.


사는 건 여전히 머리가 아프고 1등 당첨된 로또 한 장만 있으면 이렇게 저렇게 싹 정리하고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좀 안되겠냐고 그의 사진 액자에 대고 추근거려 본다. 이제 거기 간 지 1년도 채 안되는 짬밥에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다는 걸 모르지도 않으면서도. 이해해. 내가 이런 헛소리 할 데가 오빠뿐이잖아. 그도 그 정도는 이해할 거다.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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