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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식단에는 '한 세트'로 취급되는 음식이 몇 가지가 있다. 게살 수프와 게살 볶음밥, 크림 리조또와 크림 파스타가 대표적으로 그렇다. 이름에서 대충 짐작이 가는 것처럼, 이 음식들은 유통기한이 썩 길지 않은 특정한 재료를 공유하며 그래서 하나를 해 먹고 나면 며칠 이내에 바로 짝이 되는 음식을 해서 남은 식재료를 써버려야 상해서 버리는 걸 막을 수가 있다.
그래서 어제는 크림 파스타를 해 먹을 차례였다. 애매하게 남은 휘핑크림을 써버려야 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파스타는 올리브유에 마늘을 볶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어제도 그런 식으로 마늘부터 볶으려고 올리브유를 팬에 따르다가 나는 드디어 올리브유 한 병을 가까스로 다 쓴 것을 알았다. 그가 떠나고 난 뒤 얼마 후 뭔가를 해 먹으려고 당시 새로 뜯은 지 얼마 안 된 이 올리브유를 꺼내다가 도대체 이거 나더러 어떻게 혼자 다 먹으라고 그러고 갔냐는 원망을 토해내며 주방 바닥에 주저앉아 한참이나 울었던 기억이 났다. 그랬던 올리브유였다. 그걸 어쨌든 다 먹은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 올리브유는 원 플러스 원 상품이었다. 그러니 똑같은 올리브유가 한 병 더 남아있다는 말이다. 그는 올리브유를 좋아했다. 그 특유의 향과 살짝 매콤한 맛이 도는 풍미를 좋아했다. 그래서 올리브유를 어떻게든 집에 꼭 갖춰놓으려고 애를 쓰는 편이었다. 이 올리브유만 해도 때마침 운이 좋아 마트에서 원 플러스 원으로 파는 걸 발견해서 사고는 한참이나 싸게 잘 샀다며 좋아했었다. 그러던 올리브유를, 정작 한 번인지 두 번인지밖에 써보지 못하고 그런 식으로 떠나게 될 줄은 그 자신도 아마 미처 몰랐을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이 올리브유의 유통기한이다. 위에도 썼듯이 이 올리브유는 원 플러스 원이라 거의 1년 전에 산 물건이고, 유통기한이 2023년 4월까지니 이제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한 병 먹어 없애는 데 1년이 걸렸는데 이 한 병을 과연 다음 달까지 다 먹어 없앨 수 있을까. 솔직히 별로 그럴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래도 어떡하나. 하는 데까진 해봐야지. 그냥 이번달 다음 달은 콩기름 대신에 올리브유에 볶음밥도 해 먹고 감자도 볶아먹고 계란도 부치고 뭐 그래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한다. 차라리 그렇게 할지언정 남겨서 버리고 싶지는 않다. 그는 아마도 이 올리브유를 가지고 내게 만들어주고 싶은 음식이 많았을 것이며, 그걸 스스로 해 먹지는 못하더라도 이걸 남겨서 버려서는 안 될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