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새 잎이 나기 시작한 무화과 이야기를 썼다. 그리고 나는 요즘 그 무화과 때문에 연일 놀라고 있다. 그 손톱만 하던 잎이 아침저녁으로 쑥쑥 자라는 것도 모자라서 그 조그마하던 눈 속에서 새 잎이 계속 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실크햇 속에 손을 쑥 집어넣어 만국기를 줄줄이 꺼내는 마술사처럼.
겨울 동안 화분을 기르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부분 중 하나는 물 주는 주기에 대한 문제였다. 다육이 같은 경우는 원래도 한 달에 한 번밖에는 물을 주지 않았었고 그러니 겨울이라 해서 그 주기를 더 늘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무화과는 원래 볕과 물을 좋아하는 식물이라 잎이 다 지기 전까지는 나흘에 한 번씩 물을 줬었다. 그러나 겨울에도 그렇게 하면 될까. 여기저기를 찔끔찔끔 찾아본 바에 의하면 겨울에 잎이 몽땅 지고 나면 식물의 대사 자체가 멈추거나 아주 느려지기 때문에 수분을 소모하는 속도도 느려지고, 그래서 여름과 똑같은 페이스로 물을 주면 과습이 되기가 쉽다는 모양이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 줄이라는 말이 있었다. 자주 가던 꽃집 사장님도 비슷한 말을 했다. 겨울엔 아무래도 환기를 잘 안 하니까 집안이 습해지기 쉽거든요. 물 너무 자주 주시면 안 돼요. 결로 문제로 골머리를 썩어본 적도 있는지라 그 말은 상당히 그럴듯하게 들렸다. 그러나 일주일에 한 번만 물을 주자니 그건 또 너무 물을 안 주는 게 아닐까 하는 조바심이 났다. 그래서 나는 나흘이었던 물 주는 간격을 닷새로 늘리고, 그나마 닷새째 되는 날 날씨가 흐리거나 눈비가 오면 그다음 날로 미루는 식으로 대강 물 주는 간격을 조정했다. 그리고 이번달 정도까지는 계속 그렇게 유지를 해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며칠 전 새 잎이 난 것을 보고 나는 그냥 원래대로 나흘에 한 번씩 물을 주기로 했다. 이제 네가 뭔가 올해 업무를 시작한 모양이니 비료니 영양제니 하는 것들도 못 주는 판에 물이라도 양컷 줘야 되지 않겠느냐. 뭐 그런 생각이었다. 그래서 하던 대로 다시 나흘에 한 번씩 물을 주기 시작했다. 그게 나름 마음에 들었던 것일까. 메일 먼저 났던 엄지손톱만 하던 잎은 이젠 제법 커져서 조그만 단풍잎만 하게 커졌다. 얘가 그 제일 마지막에 떨어진 잎처럼 제일 크게 자랄 잎인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무화과가 생존해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기쁜 일이긴 하지만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은 것이 사람의 욕심이라, 왜 잎이 저기 눈 한 군데에서만 나는지, 다른 곳들에서는 잎이 나지 않는 건지, 그것도 또 내가 뭔가를 잘못해서 그런 건 아닌지 하는 걱정을 슬금슬금 하기 시작하는 중이다. 저 눈이 저대로 쭉쭉 자라 키가 너무 커 버리면 그때는 분갈이를 해야 하는 건가 그런 생각도 한다. 거 참, 걱정도 팔자라고 옆에서 타박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잎이 나든 안 나든, 분을 갈든 안 갈든 닥치면 다 어떻게든 살게 되어 있는 거라고. 지금 당장 너도 1년째 그러고 살고 있지 않으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