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당신에게

내 딱 이럴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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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봉안당에 다녀오던 토요일은 날씨가 '더웠다'. 진짜 그랬다. 겨울 내내 입고 다니던 두터운 점퍼 차림도 아니었고 조금 두꺼운 니트 하나를 입고 나가면서 나는 오늘 혹시나 추우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그러나 웬걸. 한낮까지도 아닌 정오쯤 버스를 기다리면서 자꾸만 콧잔등에 찬 땀을 훔치고 저도 모르게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올리다가, 나는 아니 날씨가 왜 이렇게 후덥지근해 하는 생각 끝에 핸드폰의 날씨 어플을 들여다 보고는 당시 기온이 무려 20도인 걸 확인하고 기겁을 했다. 아니 그러니까 한 달 전까지 영하 20도였다니까?


그리고 그러던 기온은 딱 하루 만에 15도 가까이 도로 떨어졌다. 그리고 오늘 아침엔 급기야 영하이기까지 했던 모양이고. 아침 청소를 하느라 창문을 잠깐 열어놓았더니 집안 온도가 금세 20도 아래로 떨어졌다. 듣자 하니 이번 주는 내내 또 일교차가 20도 가까이 나는 쌀쌀한 날씨가 반복될 거라는 모양이다. 그러게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봄이 그렇게 쉽게 올 리가 없고 겨울이 그렇게 순순히 물러갈 리가 없다.


무엇에든 행동이 굼뜨고 빠릿빠릿하진 못한 편인지라 겨우내 쓰던 옷들과 무릎담요 따위를 싹싹 빨아 넣어버리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괜히 으쓱해 본다. 최소한 이번주 정도까진 더 신세를 질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그러고 나서 날이 풀리면 그땐 이미 피할 수도 없는 3월 말이니 점차 날씨가 따뜻해질 테고, 그러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또 에어컨을 트느니 마느니 하는 시기까지 내달려 있겠지. 시간은 정말, 밥 안 주고 돈 안 줘도 정말 알아서 잘 가는 것 같다.


과연 올해의 꽃샘추위는 이걸로 끝일까. 뭔가 더 큰 것 한 방이 남아있진 않을까. 몇 년 전인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4월에 눈이 온 적이 있었다. 그래서 야구가 강우취소도 아닌 강설취소가 되었다나 하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올해도 그러는 건 아닐까. 그러나 그런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그때까지 겨울 옷을 안 싸 넣을 수는 없겠으니 꽃샘추위를 핑계삼은 내 게으름도 이번주까지가 한계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때 일은 그때 생각해야지 뭐.


이 추위가 풀리면 모든 것들이 좀 좋아졌으면 좋겠다. 내 마음을 괴롭히는 몇몇 가지 일들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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