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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Mar 21. 2023

알다가도 모를 조회수

-342

어제 브런치 개설 이래 두 번째로 조회수 다섯 자리 알람이 왔다. 어제 쓴 1년째 쓰고 있는 비누 얘기다. 잠시 당혹스러워졌다. 아니 이 글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글인가. 덩달아 약간 조회수가 뛴 배수구 이야기는 백 번 양보해서 제목이 좀 자극적으로 뽑혀서 그랬다고 치고(실제로 브런치 메인에 뜬 썸네일을 보고 나는 내 의도 이상으로 '무서워 보이는' 글이 된 것 같아 또 본의 아니게 낚시질을 했나 하고 한동안 후회했다) 일전에 쓴 소음보상금 글이야 어찌 됐든 '돈'에 대한 이야기니 또 그렇다고 하더라도 1년째 비누 한 장 쓰고 있다는 글이 왜 조회수가 다섯 자리가 찍히는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댓글 하나에 그런 말이 적혀 있는 걸 봤다. 그게 일반 독자의 감성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거라면 참 아득해지는 이야기다. 명색 글밥을 먹고 살고 있지만 내가 '일반 독자의 감성'에 이렇게나 무디다는 말이 되기도 하는 거니까. 그러고 보면 글을 다 써놓고도 아 오늘 글은 참 예쁘게 잘 써졌다 싶은 글은 소리소문 없이 묻히고 오늘 글은 참 볼품없다 싶게 써진 글이 어딘가에 걸려서 조회수 알람이 미친 듯이 오는 그런 일을 이미 몇 번이나 겪었다. 이런 거 보면 만드는 사람의 생각과 소비하는 사람의 생각은 웬만큼 다르긴 한 모양이다.


그렇지만 뭐, 내 주제에 그 '일반 독자의 감성'이라는 게 정확히 뭔지 알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안다고 한들 그걸 거지고 뭘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냥 지금까지처럼, 혼자 남아 청승 떠는 신변잡기나 하루하루 꾸역꾸역 써갈 뿐이다. 오늘은 마트에서 장을 봤다는 이야기, 내일은 봄맞이로 이불을 걷어내고 새로 깔았다는 이야기, 모레는 재활용 봉투를 사러 편의점에 갔다 왔다는 이야기 정도의 들으나마나 한 이야기들을. 이런 이야기가 읽으시는 많은 분들 중 어느 한 분의 마음에라도 가 닿는다면 그걸로 이 남루한 글조각은 제 할 일을 다하는 것일 거라고 생각하기에.


그냥 늘 적는 대로, 곁에 일상의 웃을 일과 울 일을 함께 나눌 분이 누구든 계신 분들에게는 있을 때 잘하자는 생각을, 나처럼 뜻하지 않게 떠나보낸 분들에게는 나 같은 사람이 이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니구나 하는 작은 위로가 되는 브런치이기만을 바란다. 그게 내가 이 브런치에 올리는 수준의 소소한 신변잡기를 가지고 해낼 수 있는 가장 크고 중요한 일일 거라고 생각하기에. 어제의 그 당혹스러움을 안겨준 비누는 아직도 욕실 비누받침 위에 그냥 남아 있다. 쭈그렁 밤송이가 삼 년을 간다고, 이쯤 되면 나는 아마 그 비누를 영영 처분 못하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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