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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Apr 29. 2024

주의하겠습니다

-154

이 브런치에 와서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대개 아시고 계시다시피 이곳은 일종의 공개 일기장 같은 곳이다. 내 실명과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을 핑계 삼아 멀쩡하게 잘 살고 있는 척하는 나를 잠깐 내려놓고 이만저만해서 사는 게 너무 무섭고 외롭고 힘들다며 징징대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실은, 이런 볼 것 없는 브런치에 올라가는 글이 가끔 메인에 걸리고 조화수가 만, 십만씩 올라가는 일이 좀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제 소소한 '사고'가 있었다. 며칠 전 소시지 부침을 해 먹던 날 올린 포스팅에, 내가 부친 소시지 사진을 첨부할까 하다가 도저히 사진이 예쁘게 찍히지 않아(사실 예쁘게 찍히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아무리 봐도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색감이 엉망진창이었다) 그냥 구글에서 적당한 이미지를 하나 첨부한 것이 문제였다. 이 브런치로 1원의 돈도 벌고 있지 않으며 심지어 응원받기 기능도 열어놓지 않았으니 별 문제없을 거라고 내 마음대로 생각한 것이 문제였나 보다. 소시지 부침 사진을 찍은 분에게서 엄중한 항의가 있었고, 나는 그 댓글을 확인하자마자 사진을 다른 것으로 바꾸고 출처를 병기했다.


이 브런치에 첨부하는 사진은 꽃 사진 같은 것들을 제외하면 대개 구글에서 찾아서 가져온다. 그걸로 수익을 도모하겠다거나 하는 거창한 뜻이 있어서는 아니고, 그냥 내가 이 브런치에 첨부될 만큼 예쁘고 그럴듯한 사진을 찍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우울한 이야기가 가득한 브런치에 오시는 분들에게 사진까지 '구린' 것을 보여드리고 싶지 않아서, 라고 하면 너무 아전인수격의 변명이 되려나. 그러나 어쨌든, 내가 찍지 않은 사진을 출처 명기도 없이 내 글에 곁들여 올린 것은 분명한 잘못이 맞고 그간 좀 느슨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도 맞다.


이 브런치를 쓴 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 그간 나는 브런치 서버가 롤백돼 하루치 글이 날아가 버린 것과 병원에 입원해 있던 서너 달을 제외하고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그게 아무리 구질구질한 것이더라도 꼬박꼬박 글을 써왔다. 그러는 중에 이곳이 너무 편해져 버린 모양이다. 호되게 야단을 맞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든다. 아무리 일기장 비슷하게 운영하고 있는 곳이라고는 해도 이곳이 공개되어 있고 오며 가며 적지 않은 사람들이 보는 이상 진짜 내 일기장인 건 아니니까. 조금 더 글 쓰는 데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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