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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May 30. 2024

아직 옷장정리 안 했는데

-185

소시지 야채볶음 좀 해 먹으려다가 케첩이 떨어진 걸 뒤늦게 알고 혼자 승질 피운 이야기를 브런치에 언젠가 한 번 썼던 것 같다. 그때 산 케첩이 벌써 다 떨어졌다. 요즘 라면 끓여 먹을 때 케첩을 한 바퀴 휘휘 돌려서 넣어 먹어버릇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늘 끓여 먹는 그 라면맛에 물리신 독자님이 계시다면 한 번쯤은 드셔보실 만하니 시도해 보시기를 추천드린다.


늘 그렇듯 마트에 간다는 것은 '가는 김에' 사 와야 할 것들이 차곡차곡 불어나서 결국 갈 때 예상의 두세 배 정도 되는 돈을 쓰고 돌아오는 일의 연속이다. 어제도 뭐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그래도 어제는 충동구매한 물건이라고는 전혀 없어서 그것이 그나마 작은 위안이었다. 정작 어제 마트에 다녀온 가장 큰 감상은 무엇을 얼마에 사 왔느냐가 아니라 '날이 더워졌다'는 것이었다. 분명 반소매 티셔츠 차림으로 나갔는데도 집으로 돌아올 때쯤 되니 콧잔등으로 후끈 땀이 올라와 있었다. 야, 조만간 진짜 선풍기든 에어컨이든 알아서 틀 수밖에 없을 만큼 더워지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하기야 무리도 아니다. 이제 3일만 있으면 6월이고, 날짜 상으로도 하등의 하자가 없는 초여름이다. 올여름은 또 얼마나 더우려나. 그런 걸 생각하니 한숨이 나온다.


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난 아직까지 옷장 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겨울 내내 입고 다니던 패딩이나 싸서 넣어놓는 데 그쳤을 뿐, 아직도 우리 집 옷장에는 긴소매와 7부 소매, 반팔 소매들이 두서없이 같이 널려 있다. 한참 전부터 이런저런 핑계를 대 가며 좀 있다 하지, 좀 있다 하지를 반복한 결과물이다. 그러나 이젠 정말로 옷장을 한 번 싹 뒤집어서 소매 길이가 팔꿈치를 넘어가는 옷들은 미련 없이 한 번 빨아서 집어넣어야 할 것 같다. 위에도 썼듯이 이제 3일만 있으면 6월이고, 여름이니까.


뭐 요즘은 봄가을이 없이 봄 한 달 후 여름 다섯 달, 가을 한 달 후 겨울 다섯 달이라는 그의 말을 핑계 삼아 본다. 안 그래도 사는 거 피곤한데 옷장 정리를 한 달 사이 두 번 하는 것도 못할 짓이고, 미적거릴 때까지 미적거렸다가 두 번 할 거 한 번만 하는 것도 제법 경제적이지 않으냐고. 그래도 이번 주말에는 정말로 옷장정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이러다간 조만간 입고 나갈 옷이 없어 매번 서랍장을 뒤져야 할지도 모르니까. 또 그런 식으로, 하나의 계절이 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이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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