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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Jun 03. 2024

5월이 안되면 6월에

-189

재배송 받을 예정이던 작약의 재배송이 취소돼 버려 좀 마음이 상했다는 글을 며칠 전에 쓴 적이 있다. 그래서 이젠 또 후임을 물색해 주말 내에 주문을 해놓아야 했다. 주말 동안 주문을 해 놔야 월요일 중에 주문 확인이 될 것이고, 빠르면 화요일쯤엔 다음 꽃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 사다 놓은 우선국은 아직은 잘 버텨주고 있지만 그새 한 송이씩 꽃잎이 바깥부터 말라 시드는 꽃이 생기기 시작하고 있으니 빨리 주문을 해야 했다.


그래서, 이번엔 정말 뭘 사나. 저렴하기로는 전에도 한번 사다 꽂아본 미니 거베라가 이번에도 나와 있었다. 거베라가 생각보다 오래가는 꽃이란 걸 알았으니 알록달록한 색깔의 거베라를 받아서 꽂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흰 겹백함도 상당히 마음이 끌렸다. 겹백합은 지난겨울에 한 번 사다 꽂아보고 그 위풍당당한 아름다움에 새삼 감탄했었다. 그때 산 겹백합은 핑크색이었는데 이번에 나온 것은 흰색이라고 하니 또 다른 매력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별 이변이 없으면 그냥 그 흰 겹백합을 주문할 참이었다.


본래 주문했던 것과는 다른 판매처에서, 작약 일곱 송이가 한 묶음으로 나온 상품이 새로 올라와 있었다.


야, 이거 어떡하지.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번에 단단히 마음이 상하긴 했지만 어쨌든 작년에 한 번 봤던 작약의 그 구름 같은 자태가 아직도 눈에 아른거리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결국은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하고 보내버린 지난 작약에 대한 아쉬움이 너무나 컸던 모양이다.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겹백합이 아닌 작약을 다시 주문했다. 아무리 다른 판매처라지만 어지간하면 빈정이 상해서라도 작약은 주문하지 않았을 성싶은데, 내가 정말 그에게 그 작약꽃을 꼭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마음에 끌려 덜컥 주문을 하고 나니 또 슬금슬금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이번에 오는 작약은 무사히, 지난번처럼 수관이 막히거나 하지 않게 무사히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작약은 물올림을 해주는 것이 좋은 꽃이라고 들어서 지난번 작약도 받자마자 물올림을 해 줬었다. 그 방법에 혹시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모르긴 해도 이번 작약까지도 저번처럼 채 피지도 못하고 시들어버리면 아마 향후 얼마간은 다시는 작약을 사지 못할 것 같은데.


부디 그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이번에 오는 작약은 수관 따위 막히지 말고 예쁘고 아름답게 오래오래 피어있어 줬으면 좋겠다. 작약의 다른 이름이 함박꽃이라 웃을 일이 많았으면 하고 바랐었지만 결국 내 5월은 그리 행복하지는 못한 채로 끝났다. 한 달 미뤄진 거라고 생각할 테니까, 6월에라도 꼬이고 틀어진 일들이 무사히 해결돼 웃을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작약처럼.


이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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