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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Jun 04. 2024

너답다

-190

밤에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워서 바로 잠드는 사람이 요즘은 얼마나 될까 모르겠다. 다 그놈의 핸드폰 때문에 말이다. 딱히 그걸로 무슨 천하 중대사를 처리하는 것도 아닌 주제에 침대에까지 핸드폰을 가지고 들어가서 한참을 만지작대다가 눈끼풀이 무거워지고 핸드폰을 두어 번 떨어뜨릴 뻔하고 나서야 화면을 끄고 정말로 자는 건, 그건 아마 나만 그런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어제도 그랬다. 아침에 해서 널어놓은 빨래를 개서 제 자리에 넣어놓고 좀 꼼지락거리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새벽 한 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아, 눕자. 그렇게 중얼거리고 자리에 누웠다. 어디 출근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내게도 월요병 비슷한 증세가 아주 없는 건 아니고, 그러니 일단 그 시간쯤엔 허리를 펴고 누워야 했다. 그렇게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켜서 몇 군데를 들여다보던 참이었다.


핸드폰 액정에, 어디선가 날아든 날파리 두 마리가 달라붙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그냥 손부채질을 해서 쫓았다. 그러나 이 녀석들은 제법 끈질겼다. 그렇게 손으로 몇 번, 심지어 입으로 훅 하고 불어내기를 몇 번 반복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열어놓은 웹사이트를 두어 번 스크롤하기도 전에 이 날파리들은 실로 귀신같이 되돌아와 다시 액정에 붙어 있었다. 무슨 자석에라도 달라붙은 것처럼. 그 짓을 몇 번이고 반복하자니 짜증이 벌컥 나서, 나는 일단 일어나 앉았다. 한낯 날벌레가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리 없고, 알아듣는다 한들 그 말을 들을 리도 없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침대 근처에 살충제를 미친 듯이 뿌리거나 아니면 얌전하게 핸드폰을 끄고 곱게 자는 것 둘 중 하나뿐이었다. 그러나 둘 다 싫었다. 그럼 도대체 어째야 할까.


캄캄한 방 안에 불빛이 핸드폰 액정밖에 없어서 자꾸만 달려드는 그러면 더 강한 빛을 만들어주면 그기로 가서 오지 않겠지.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그의 책상에 있는 스탠드를 켰다. 그러고 나니 과연, 그로부터도 한 시간 이상을 핸드폰을 만지작대는 동안 날벌레들은 야간모드씩이나 켜져 있어 내뿜는 빛이 시원치 않은 내 핸드폰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어제도 만족스러운 핸드폰 서핑을 마치고 두 시가 조금 넘은 시간 스탠드를 도로 끈 후 잠자리에 들었다.


그가 이 꼴을 봤다면 여러 가지 면에서 실소를 금치 못했을 것이다. 벌레가 문제면 벌레를 잡아야지 그걸 스탠드씩이나 켜서 다른 대로 유인할 것은 뭐며,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렇게까지 해서 자는 자리에 핸드폰을 봐야겠냐고 그라면 물을 것이다. 그라면 절대 하지 않을, 그야말로 나니까 할 수 있는 짓이었다고는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이제 내년이면 나도 그가 떠난 것과 같은 나이가 되는데, 이젠 철이 좀 들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살짝만, 아주 살짝만 해 본다. 그리고 살짝만 한다는 건 대개 그럴 마음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이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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