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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Aug 02. 2024

연예인 할 것도 아닌데

-249

정확히 게산을 해 보진 않았지만 요즘 식비가 좀 늘지 않았나 싶다. 요즘은 하루의 루틴이 점심에 밥 한 끼와 오후 4, 5시 무렵 챙겨 먹는 간식 한 번(햄버거나 라면 등 적당히 양이 있는 것으로)으로 굳어져버린 느낌마저 든다. 한때는 정말 하루에 딱 밥 한 끼, 떠먹는 요거트 한 개만 먹고도 배고픈 줄 모르던 때도 없진 않았는데, 지금은 그렇게 먹었다가는 저녁 9시쯤 참을 수 없는 공복감이 밀려와서 뭐라도 집어먹게 된다. 그래서 그러지 않기 위해서, 그나마 좀 덜 부담스러운 시간에 뭔가를 먹는다는 나름의 핑곗거리인지도 모르지만.


덕분에 요즘 내 몸무게는 최저를 찍은 지점에서 3킬로그램 정도가 도로 불어난 채로, 거기서 ± 1킬로그램 안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 중이다. 운동량은 큰 변화가 없고 먹는 양만 야금야금 늘어가고 있으니 지극히 당연한 결과인지라 그에 대해 아무런 불만도 없다. 지금껏 2년 정도 지켜봐 온 바 몸은 지극히 정직해서 덜 먹고 운동하면 그만큼 빠지고 많이 먹거나 운동량이 줄어들면 그만큼 찐다. 그것 외에 다른 변명거리는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계속 뭔가를 먹어대서 될 일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차라리 예전처럼 하루에 식사를 두 번 해버리면 잡스러운 간식은 먹지 않아도 되겠지만 그렇게까지 할 엄두는 나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 그러면 오후쯤 먹는 간식을 뭔가 살 덜 찌고 몸에도 크게 무리 가지 않는 것으로 먹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이어트하시는 다른 분들은 오후쯤 닥쳐오는 공복감에 뭘 드시는가를 검색해 보았다. 두부, 견과류, 구운 계란, 바나나, 샐러드 등 몇 가지 공통되는 항목이 있었다. 그리고 그 음식들의 공통점은 '딱히 일부러 먹고 싶지는 않은' 음식들이라는 점이었다.


간식은 물론, 출출해서 먹는다. 그러나 뻔하디 뻔한 내 일상에 몇 안 되는 즐거움 중의 하나인 것도 사실이다. 그런 시간에 단지 살이 덜 찐다는 이유만으로 별로 먹고 싶지 않은 음식으로 허기만 때우면서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그런 회의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차피 이 나이에 살 빼고 몸매를 가꿔서 연예인이라도 되겠다는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내 건강에 뭔가 이상이 생겼을 때 내 손으로 119라도 부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고작일 뿐인데. 조금 천천히 뺀다고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아니지 않은가. 뭐 그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었다.


결국 어제 외근이 있어서 나갔다가 서울 강남에나 있던 한 유명한 도넛 가게의 분점이 생긴 것을 알고 홀리듯 들어가서 얼그레이 크림이니 카야 잼이니 하는 것들이 잔뜩 든 도넛을 네 개 사 왔다. 그리고 예의 출출한 시간에 그중 두 개를 먹었다. 근 3년 만에 먹는 그 도넛은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맛있었다. 혼자 지내는 이 무딘 일상에, 오후 시간쯤 먹는 맛있는 간식거리 하나 낙으로 남겨두지 않고 내가 더 무슨 재미를 가지고 살 수 있겠나. 그렇게, 저울의 눈금 앞에서 최대한의 변명을 해 본다.


이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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