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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Sep 18. 2024

사춘기 말고 사십춘기

-296

나는 지금껏 세상의 기준으로 '날씬하고 예뻤던' 적이 한 번도 없다. 일단 키부터가 160cm도 채 안 되는 '난쟁이 똥자루'인 데다가 딱히 몸매 가꾸는 것에 미친듯한 애착을 가져본 적이 없는 덕분에 늘 체중은 정상체중에서 한참 벗어나 있었다. 화장으로 말할 것 같으면 아직도 뭘 어디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잘 모를 정도다. 덕분에 외모 칭찬이라는 건 받아본 적이 있기나 한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런 내가 그래도 외모적으로 단 한 가지 자부심을 가질 만한 부분이라면 피부 하나는 그렇게까지 관리 안 하고 내 멋대로 내버려두는 것에 비해 퍽 쓸만하다는 것이다. 아, 물론 이건 어찌 보면 내 나이 또래의 다른 여자들이 풀메를 하지 않고는 집 밖을 나가지 않을 만큼의 '자기 관리'를 하는 동안 씻고 기초화장품 바르는 이상으로는 절대로 얼굴을 괴롭히지 않은 내 게으름의 소치인 탓인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렇다. 나는 소위 '얼굴이 뒤집어져' 고생을 해 본 적이 별로 없고 여드름이나 뾰루지 같은 것도 의 나지 않는, 대단히 튼튼한 피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도 이젠 옛날 말인가 싶다. 요즘 들어 뺨이나 턱에 영문을 알 수 없는 뾰루지가 나서 세수를 할 때나 화장품을 바를 때 아파서 뜨끔뜨끔 놀라는 일이 더러더러 생기고 있다. 그간 하루에 다섯 번씩 하던 세수를 한 번만 한다든가 하는 식의 변화 같은 건 딱히 없는데도 그렇다. 며칠 전에는 왼쪽 턱에 생긴 뾰루지를 짜보겠답시고 면봉까지 들고 달려들었다가 실패하고 인터넷에 '안 짜지는 뾰루지 짜는 법' 따위를 검색해 보기까지 했다. 물론 얻은 답은 '잘못하면 손독 오르니 웬만하면 피부과 가라'는 매우 원론적인 답변뿐이어서 내심 좀 실망하긴 했지만.


나이는 꾸역꾸역 먹어가고 나던 뾰루지도 이젠 안 나기 시작해야 할 참에 젊을 때도 안 나던 뾰루지가 이제야 꾸역꾸역 나기 시작하고 있으니 이것 참 뭐라고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십 대 후반 꽃다운 나이면 한참 좋을 때라서 그런가 보다 생각하기라도 할 텐데. 하기야 요즘은 사춘기 말고도 사십춘기라는 것도 있다던 모양인데 나도 그런 건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 그만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아무리 그래도 십 대 때도 안 하던 피부 고민을 오십을 목전에 둔 지금 하다니, 요즘 말로'에바'다.


이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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