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른 머리의 적응 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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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추석 연휴 내내 계속되던 늦더위에 뻗히는 소갈머리를 감당하지 못하고 미용실로 달려가 머리를 덜컥 잘라버린 지 대충 열흘 정도가 지났다.


딱히 긴 머리를 하고 다닌 기억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역으로 '단발'에 가까운 짧은 머리를 마지막으로 한 것이 기억도 안 날 만큼 아주 오래전이라는 사실을 나는 요즘에서야 새록새록 깨닫고 있다. 한 번 묶은 것으로는 아래로 드리워지는 머리채가 감당이 되지 않아 집게핀 같은 것을 동원해 한 번 더 올려야 거치적거리지 않곤 했었다. 그래서 요번의, 묶은 머리가 그야말로 참새꼬리만 해서 집게핀이고 뭐고 아무것도 필요가 없는 이런 짧은 머리를 해 본 것이 거짓말 좀 보태서 백만 년쯤 전이구나 싶은 실감이 나는 것이다.


내 머리는 앞에서 말한 대로 소위 '반곱슬'인지라, 처음에는 무슨 70년대 은막의 여배우마냥 머리가 차례차례 바깥으로 뒤집어져서 짧아진 머리를 좀 풀고 있다가도 그 꼴을 보고 기겁을 해서는 다시 머리끈으로 머리를 둘둘 묶는 것이 일이었다. 끝부분만 그런 것이 아니라 윗부분의 머리칼도 어딘가 부스스하고 차분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 눈에 거슬려서 이왕 머리를 자를 거면 이렇게 덥석 길이부터 자르고 볼 것이 아니라 하다 못해 매직 스트레이트 같은 거라도 같이 했었어야 한다는 생각에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곤 했다. 모르긴 해도 그가 있었다면 분명 이 부분은 지적을 했을 것이다.


그러던 것이 이제 한 열흘 정도가 지나니 적당히 자리를 잡았는지, 날개뼈 아래까지 치렁치렁 기르고 다닐 때에 비하면 좀 활동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한두 살이나마 좀 어려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머리를 감을 때 드는 품이 절반도 아니고 3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기분이다. 머리 말리는 데 드는 시간과 방을 치울 때 떨어져 있는 머리칼이 현격히 줄어있는 것까지를 생각하면 4분의 1 쯤이라고 봐야 될 것 같기도 하다. 아이구 세상에 이렇게 편한 걸 그 긴 머리 어떻게 매일 감고 말리고 하면서 살았나 하고, 요즘은 씻고 나올 때마다 생각한다.


그래서, 첫 하루이틀은 날도 선선해졌는데 머리 괜히 잘랐다며 한 발이나 입술을 내밀고 있었지만 열흘 정도가 지난 지금은 만족도가 꽤 많이 올라갔다는 뭐 그런 이야기다. 원래 머리는 자르고 나서 일주일 정도는 자기 머리가 아니라는 말이 있는데 이래서 그런 건가 하는 생각을 하다가, 한 일주일 정도 지나면 눈이 짧아진 머리에 적응을 해서 그에 걸맞은 '필터'를 찾아내기 때문에 덜 이상해 보인다는 뜻인가 까지 생각이 미치고는 그냥 조용히 그만 생각하기로 했다. 어쨌든 잘라낸 머리를 다시 붙여서 원래 기장으로 만들 방법 같은 건 없으니까 말이다.


KakaoTalk_20210531_160947634_10.jpg 이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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