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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고 흠칫 놀랐다. 아니, 날씨가 왜 이렇게 '추워'?가 가감 없는 내 감상이었다. 불과 2주쯤 전까지는 '더웠고', 그래서 머리를 한 뼘 이상 싹둑 잘라냈고, 그 후로는 온도가 좀 식긴 했어도 이젠 좀 살만하다는 정도였지 이렇게까지 춥지는 않았는데? 핸드폰을 켜고 온도를 확인해 보니 15도였다. 세상에나 하고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미용실 사장님 말씀마따나 좀 있으면 패딩 꺼내야 되겠다는 자조 섞인 생각을 했다.
나갔다 올 일이 좀 있어서 그냥 평범한 얇은 긴소매 옷을 입고 나갔다. 집을 나와 몇 발을 걷는데 옷을 파고드는 바람 끝이 차가워서 뭘 하나 더 입고 나오던가 아니면 기모 붙은 옷을 입고 나올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하고는 한참이나 헛웃음을 웃었다. 저기요. 더워 죽겠다고 에어컨을 트니 마니 하던 게 불과 2주 전이거든요. 그러나 어느새 날씨는 그렇게까지 식어 있었다. 올해는 늦게까지 더웠으니, 시기 맞춰 추워지려면 이제 부지런히 기온을 뚝뚝 떨어뜨려야겠다는 게 날씨의 속내일지도 모를 일이다.
다행인지 뭔지, 이 갑작스러운 기온 저하는 아직 제대로 된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나가서 볼일을 보고 이리저리 싸돌아다니는 사이 점심때쯤이 지나니 때아닌 '춥다'는 생각은 슬그머니 사라졌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한동안 잠잠하던 코 점막이 요동치며 거푸 재채기를 뱉어내서, 아 이젠 정말로 비염의 계절이 돌아왔으며 이제 정말로 올해는 이대로 풀악셀 쭉쭉 밟아서 끝나겠구나 하는 실감을 다시 한번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좀 부끄러운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내 옷장에는 여름옷과 가울옷 겨울옷이 아직도 제멋대로 뒤섞여서 걸려 있다. 5월쯤부터 시작된 골치 아픈 일 하나를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다는 핑계로 '정식으로' 옷장 정리를 하지 않고 대충 그때그때 필요한 옷만 적당히 꺼내 입고 내버려 둔 결과물이다. 이제나 저제나 차일피일하는 사이 이젠 옷장 정리를 할 것도 없이 미처 넣어두지 못한 가울 겨울 옷을 순서대로 꺼내 입으면 되는 타이밍까지 밀려오고야 말았다. 지극히 나다운 패턴이어서, 그가 있었다면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어서 기모 달린 옷 운운 하는 생각을 하다가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한 바퀴 돌면 어차피 그 자리고, 고장 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는다고 한다. 그렇게 애면글면, 철철이 옷장을 정리하고 깔끔을 떨면서 그렇게 살 필요가 사실은 별로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고,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는 사진 속의 그에게 변명 비슷한 말 한마디를 해 본다.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적당히 대충 살아도 다 그럭저럭 살아지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