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때까지만 해도 10월 초의 연휴 구간은 원래 꽤 버라이어티 했었다. 그러다가 슬그머니 국군의 날과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빠지면서 개천절 하나만이 살아남았고, 그러다가 한글날이 다시 공휴일이 되고 올해는 또 갑작스레 국군의 날이 임시 공휴일이 되면서 옛 위용(?)을 일시적으로나마 되찾은 느낌이 있다.
그러나 뭐 그게 꼭 또 그렇게 좋지만은 않으신 분들도 적지 않게 있으신 모양이다. 자주 가는 커뮤니티의 게시판에는 '이번 주 너무 피곤하다'는 볼멘소리들이 적지 않게 올라와 있었다. 아무래도 연차 마음대로 쓰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은 한국의 정서상 퐁당퐁당 휴일이 든 이번 주는 쉬는 날은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고 일하는 날은 쉬는 날 다음 날 특유의 월요병이 들이닥쳐 5일 내내 월요일인 것 같은 착각이 들어서 영 별로라는 것이었다. 나는 어딘가에 출근을 하지 않아서 그렇게까지 와닿지는 않았지만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으려나 싶기도 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한 마디로 '그게 무슨 배부른 소리냐'는 의견이었다. 아무리 퐁당퐁당 쉬는 것이 며칠 연달아 쉬는 것 같을 수야 없다지만 그래도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것과 주 5일 풀 근무를 감히 어떻게 비교할 수가 있느냐고 비분강개하시는 분들도 더러 계셨다. 그렇게 퐁당퐁당이 별로면 그 휴일 안 쉬고 저 주시면 제가 아주 감사히, 깔끔하게 대신 쉬어드리겠다는 다분히 격앙된 의견도 있었다.
내 경우는 둘 중 어느 편인가 하면 사실은 후자에 가까운 편이다. 아 물론, 하루 찔끔 쉬는 걸 누구 코에 붙이느냐는 의견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기로 '이렇게 퐁당퐁당 쉬느니 안 쉬는 게 낫다'는 의견은 나로서는 도저히 찬성하기가 힘들었다. 다들 젊으셔서, 젊다 못해 어리셔서 토요일을 '반공일'이라고 부르던 그 시절을 안 겪어보셔서 그래. 그런 말을 중얼거리면서 나도 모르게 꽤 심술궂은 표정을 지었던 것도 같다. 예전에는 토요일도 오전근무긴 하지만 다들 근무를 했었고, 그러고 나면 풀로 쉬는 것은 일요일 하루뿐이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고도 다들 꾸역꾸역 살았는데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게 뭐가 어때서 그러냐고, 참 사람들이 쉬는 날 고마운 줄을 모르네 하고 한참을 중얼거리다가 문득 그의 사진을 향해 물었다. 방금 나 좀 꼰대 같았지? 하고.
나름 양 쪽의 의견이 팽팽하던 중에 어떤 황의정승 같은 분의 말씀이 있었다. '쉬는 날 다음날'이 아니라 '다음날 쉬는 날'인 걸로 생각하면 5일 내내 월요일이 아니라 5일 내내 금요일이 되지 않을까요, 하는. 그것 참 옳으신 말씀이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역시나 이젠 '틀딱'이 다 된 꼰대답게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다들 배가 불렀네.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게 어디가 어때서. 주 5일 근무보다는 그래도 그게 나을걸? 하고. 아, 나 아무래도 좀 많이 꼰대 같아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