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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급작스레 내 곁을 떠나가던 무렵, 꽤 오래 활동하던 커뮤니티 하나를 탈퇴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내 사정을 알고 계신 다른 분들이 나를 대하기 어려워하시는 것이 너무 눈에 보여서 불편해졌던 까닭이 컸다. 그분들은 나를 예전처럼 대하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고 그렇다고 우울한 이야기만 계속 늘어놓다가 덩달아 기를 빨리는 것도 별로 원하는 것 같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내가 택할 수 있는 건 그 커뮤니티에서 조용히 흔적을 지우고 짤막한 인사 한 줄을 남긴 후 사라지는 것뿐이었다.
어제 오후쯤 그때 함께 활동하시던 분에게서 아주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온라인상의 인간관계란 가끔은 부질없기까지 한 것이어서 같이 중고등학교를 몇 년이나 같이 다닌 친구보다 친밀하게 느껴지기도 하다가도, 공통의 활동공간이나 관심사가 사라져 버리면 그런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긴 했던가 싶을 만큼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기도 하는지라 그분의 연락 또한 내게는 참 오랜만이었다. 그분은 조심스럽게 말을 고르시더니 혹시 ○○님을 기억하시는지를 물으셨다. 아, 알죠. 그때 꽤 친하게 지냈었는데요. 저한테 그런 일이 있고 나서 다들 저 어려워하실 때 먼저 이런저런 말도 많이 걸어주셨고. 그런 말을 하다가 뜨끔 뒤통수가 서늘해졌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겼냐고 묻는 나에게, 지인 분은 한참이나 머뭇거리다가 말씀하셨다. ○○님이 돌아가셨다는 것 같다고. 가족 분이 부고를 올려주셨다고.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지인 분이 전해주신 온라인 부고장의 링크를 열어 보니 오빠 분이 상주로 기재되어 있고 그 아래로 부모님의 성함이 적혀 있었다. 이제 겨우 30대 중반에 접어든 젊은 나이셨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급해서 그렇게 총총히 떠나셨는지. 순간 그를 만나러 봉안당에 갈 때마다 마주치는 이제 겨우 20대 30대 정도 된 분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저런 분들의 부모님은 지금 얼마나 가슴이 미어지실까 하고 생각했던 것도. 오늘 새벽 날짜로 발인이 예정되어 있었다. 거리도 너무 먼 데다 너무 급작스러운 부고여서 참석하지는 못하고, 부고장에 적혀 있는 게좌로 조촐하나마 조의금을 보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내내 어딘가 정신이 멍하다. 그가 떠나고 나서 처음 겪은, '내가 진짜로 아는' 분의 부고여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참 뭐가 그렇게 급해서 그렇게 빨리 가셨을까. 나보다도 한참이나 어리신데. 물끄러미 그의 사진을 보다가 울컥하고 말았다. 그래서, 그렇게 빨리 가는 사람도 있는데 나 정도면 웬만큼 살다가 간 거라는 소리 따위 하기만 해 보라고 아무 말도 없는 그의 사진을 향해 있는 힘껏 눈을 흘겼다.
정확한 사연은 알 수 없어 그렇게나 빨리 떠나신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잘은 모르겠다. 그러나 마지막 가는 순간이 그리 고통스럽거나 외롭지 않으셨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남아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런 식으로 갑작스럽게 주변의 누군가를 상처 주지 않기 위해 조금 더 나를 돌보고 보살피는 일뿐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