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분명 내가 어릴 때만 해도 토요일은 '반공일'이라 해서 '반만 쉬는 날'이었다. 토요일 오전시간까지는 학교고 관공서고 각종 회사고 죄다 업무를 봤다는 말이다. 물론 그 당시엔 점심시간 종이 울리는 것과 동시에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우르르 교문을 빠져나가는 그 기분이 하루를 풀로 쉬는 일요일보다 더 달콤하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일명 '놀토'라 해서 격주로 한주씩 토요일에 쉬다가 급기야는 지금처럼 토요일 또한 기본적으로 쉬는 날이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러고 어떻게 살았는지 모를 일이지만.
물론 지금도 그렇지 않은 곳이 적진 않다. 토요일에도 택배는 오고 많은 자영업 매장들은 문을 연다. 그래도 일단, 일주일에 닷새 일하고 이틀 쉰다는 것이 '상식'으로 자리 잡는 데는 성공했지 싶다. 토요일에 일을 하지 않는 것을 두고 '왜 일을 하지 않느냐'고 화를 내는 사람은 이제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일정을 짜든 약속을 잡든 최소한 토일은 피하는 것이 당연해졌으니까. 세상은 아마도 그런 식으로 조금씩 나아져 가는 것이겠지.
그럼 이제 다음 스텝은 주 4일 근무를 향해 가는 것이다. 실제로 몇몇 대기업에서 이미 시행에 들어갔고 상당히 반응이 좋다고 들은 것 같다. 그가 있었을 때 이 문제에 관한 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토일 말고 하루 더 쉬는 날이 생긴다면 금요일이 좋으냐 월요일이 좋으냐 하는 문제였다. 나는 단연 월요일이라고 대답했고 내심 그라면 금요일을 선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좀 엉뚱하게도 금요일도 월요일도 아닌 수요일이었다. 닷새 일하고 이틀을 쉰다고 해봐야 그 이틀 중에 하루 정도는 주중에 못한 온갖 집안일들 하느라 딱히 일하는 것보다 편하지도 않고 정말 온전히 쉴 수 있는 날은 일요일 하루뿐인데, 그러느니 그냥 수요일에 하루 쉬는 날 처리해야 할 일들을 싹 처리하고 주말 이틀을 빡세게 쉬는 게 어떠냐는 게 그의 말이었고 가뜩이나 귀가 얇은 데다 그가 하는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일단은 듣고 보는 내 성격상 그 말은 제법 그럴듯하게 들렸다. 생각해 봐봐. 수요일날 쉬면 금요일이 하루 더 생기는 거라고. 화요일도 내일 쉬니까 기분 좋고, 금요일도 내일 쉬니까 기분 좋고. 이거야말로 '개꿀' 아니냐고 그는 주장했고 나는 그 말을 듣고 한참이나 그럴듯하다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며칠 전에 글 쓴 바, 퐁당퐁당이라면 질색을 하시던 분들은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화를 내실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그의 말에 의거해서, 이번주는 무려 세종대왕께서 가여운 후손들 쉬어가라고 한글을 창제해 주신 고마운 날이 휴일로 들어있는 '유사 주 4일제'인 주다. 금토일 혹은 토일월 달아서 쉬는 것도 좋지만 닷새나 되는 근무하는 날 중에 이렇게 '날로 먹는' 휴일이 하루쯤 끼어 있는 것도 그의 말마따나 제법 근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정작 주 4일 근무가 자리를 잡으면 금토일을 쉴 확률이 가장 높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그게 도대체 언제겠나 하는 생각에 내가 김칫국을 동이째 퍼마시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내가 환갑 정도 되기 전에는 일주일에 사흘 쉬는 날이 올까. 알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