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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씨도 선선해진 데다 화창하기까지 한 탓인지 자주 가는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 수가 부쩍 줄어들었다. 다들 인싸들이신 모양이라고, 날씨 좋다고 다들 놀러 가셨나 보네 하는 어느 분의 글에 그런 댓글이 달려 있었다. 그럼요. 놀러 가야죠. 이제 크리스마스까지 휴일도 없는데.
하긴 그렇다. 1년의 흐름을 생각해 봤을 때 유독 잘못 삶은 닭가슴살마냥 퍽퍽하게 느껴지는 구간이 바로 10월 말에서 11월까지다. 비슷한 구간이 3월에서 4월까지 한 번 더 있긴 하지만 그때는 날씨가 한참 좋고 사방에 꽃이 피어날 때라 그런지 우울하다는 생각까지는 썩 들지 않는 것에 비해서, 한글날이 지나고 난 후부터 11월을 지나 첫눈이 오는 12월까지의 이 구간은 유독 음수대 하나 없는 마라톤의 가장 힘든 구간처럼 느껴지는 그런 점이 없지 않아 있는 듯도 하다.
그런 걸 올해 처음 겪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매일 어디에 출근을 하지도 않으니 남들에 비해 그 휴일이라는 것에 그렇게나 예민하게 반응할 이유도 딱히 없는데도 그 댓글을 보는 순간 심장이 철렁 떨어지는 기분이 들어 괜히 달력을 한 번 올려다봤다. 아, 정말 그렇구나. 이제 오늘 지나가고 나면 크리스마스 전까지는 휴일이 하루도 없겠네. 그러고 보니 한 달쯤 후면 대충 수능을 치지 않던지. 수능을 칠 때쯤이면 또 한 번 이제 겨울 다 왔다는 것을 알리는 듯한 호된 때 이른 추위가 한 번 있을 테고, 그러고 나면 성급한 대형 매증들이 눈치게임이라도 하듯 슬금슬금 알록달록한 장식을 내걸기 시작할 테고 매장 안에 캐럴을 틀어주는 가게들이 하나둘 늘어날 테고 그러다 보면 연말이 될 것이다. 그렇게 올 한 해는 또 그렇게 끝나는 거겠지. 순식간에 거기까지 내달려버린 생각에 잠깐 멀미 비슷한 현기증이 좀 났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마지막 휴게소입니다' 하는 표지판을 지나칠 때가 있다. 그러면 괜히, 딱히 화장실에 가고 싶거나 뭔가를 먹고 싶거나 한 게 아닌데도 어떻게든 들러서 뭐라도 해야만 할 것 같은 강박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 댓글을 본 순간의 내게도 잠깐 그런 강박증이 몰려들었다. 잠깐 나갔다 올까. 뭐 맛있는 거라도 좀 사다 먹을까. 재미있어 보이는 영화 몇 편 vod가 풀렸던데 그거라도 볼까. 괜히 '크리스마스 전 마지막 휴일'을 이렇게 보내는 게 아쉬워져서 혼자 발을 동동 굴렀다. 물론 그때 시간이 이미 오후 다섯 시를 조금 지난 시간이었고 이제 나가서 뭘 하겠나 하는 생각에 제풀에 삭아들긴 했지만.
그래서, 독자 여러분들은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까지의 마지막 휴일인 어제를 어떻게 보내셨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냥 아주 평범하게, 집에서 라면 끓여 먹고 적당히 빈둥대고 적당히 일하면서, 적당히 웃고 적당히 신세 한탄을 하면서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이제 또 숨 한 번 크게 들이쉬고 크리스마스까지 열심히 전력질주해야 하는 구간이 왔다. 그러고 나면 우리는 모두 다 공평하게 한 살씩 더 나이를 먹을 것이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겠지. 그런 생각을 했다.